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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他人의 정원33

Mission Possible 정원은 훌륭한 교사이다. 인내와 세심한 관찰을 가르치고,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가르친다. 무엇보다도 온전한 신뢰를 가르친다. 대체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밖에 약간의 담력을 가르치기도 한다. 네 개층으로 구성된 7m 높이의 담벼락에서 뻗어나오는 칡덩굴을 제거하려면 말이다. 맨위 4층 돌틈으로 번지는 칡은 이미 정원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해, 방치하면 골칫거리가 되기 일쑤다. 낫과 전정가위를 들고 40m에 이르는 담벼락의 칡을 조심스레 잘라낸다. 한참 칡줄기를 제거하는데 옆집 강아지가 도둑이라도 발견한 듯 담벼락에 올라서서 멍멍 짖어댄다. 덩치가 큰 데다 몸 전체가 시커먼데 이름이 '까망'이다. "야 이놈아! 정원에 들어와서 꽃들 짓밟지 말고 똥 그만 싸거라. 한번만 더 걸리면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거야~" 말.. 2022. 6. 11.
붉거나 하얀 봄 정원이 달라져 보이는 건 5일이면 넉넉했다. 길가 화단에 있는 샤스타데이지는 숨가쁘게 꽃을 내밀기 시작하고, 경계에 서 있는 접시꽃도 하얀 꽃을 선보이고 있다. 덩굴시렁을 타고 올라선 장미들은 지난해에 비해 병충해 피해가 훨씬 덜하다. 검은점이 퍼져 있는 잎사귀들을 떼어 내고 예방약도 친다. 흑장미는 바지런히 검붉은 새순을 길어 올리고, 노란장미는 벌써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덩굴장미가 몸을 푸는 사이에 학자스민은 진한 꽃내음을 풍기며 아직도 꽃망울이 꽤 달려 있다. 며칠 전 첫 꽃을 선보인 홍가시나무가 궁금했다.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아기자기한 꽃들이 활짝 열려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일까. 붉은 열매를 힘겹게 매달고 있는 백량금을 보니 안쓰러움이 앞선다. 허브 세이지의 세상이 오는지 저마다 경쟁하.. 2022. 5. 1.
홍가시나무 꽃과 첫 대면 뜨락에 핀 꽃은 풀들이 먼저다. 살칼퀴, 광대나물, 큰봄까치꽃, 괭이밥이 그들이다. 이어 야생화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무들의 새순을 호시탐탐 노리는 시기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달이 나고 말았다. 금사철이 갑자기 야위어져 버렸다. 무슨 난리람? 자세히 살펴보니 애벌레들이 잎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죄다 갉아 먹고 있었다. 손으로 일일이 떼어냈지만 너무 많아 아예 나무를 흔들고 나니 애벌레 수십마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범인의 정체는 노랑털알락나방 애벌레다. 알 상태로 월동을 하고 4~5월에 나타나 사철나무나 화살나무 따위의 노박덩굴과 식물 잎을 먹어치운단다. 타인의 정원에 있는 금사철들은 별 일 없을까? 파종해서 새싹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아마란스, 보리지, 수.. 2022. 4. 25.
등대꽃나무 였구나! 봄 가뭄이 우려된다. 다호뜨락의 샤스타데이지 일부가 펑퍼져 서둘러 물을 줬다. 남쪽은 더 더울텐데 타인의 정원으로 향했다. 초봄 정원을 밝히는 꽃은 이스라지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화사하게 핀 모습이 꽃말처럼 수줍음이 잔뜩 묻어난다. 이스라지를 키우고 싶어 늘 주변을 살펴 보곤 하는데 실망으로 끝나곤 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줄기 아래 쪽을 눈을 부라리고 살펴보는데, 드디어 심봤다! 어린 묘목을 발견한 거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숨 죽이고 캐어낸 뒤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런데 그 주변에 또 다른 식물을 발견했는데, 이스라지는 아닌 듯하다. 언젠가는 밝혀질 터이다. 4월 초, 화단 식물들 저마다 새순을 드러내며 자기만의 순수한 멋을 맘껏 과시하고 있다. 붉은 새순이 하늘을 향해 날갯.. 2022. 4. 8.
몇 번째 봄이신가요? "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봄은 1년에 한번 찾아온다. 앞으로 몇 차례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소로- 화단은 슬그머니 바쁘다. 무스카리가 보라색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그 옆엔 봄까치꽃이 앙증맞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도 은근히 부산스럽다. 여기저기 분주히 올라오는 살갈퀴를 손으로 뽑는데, 왜제비꽃도 서둘러 꽃을 피워 '날 좀 보소'하며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참고 견뎌냄'이란 꽃말을 지닌 회양목. 꽃잎도 없이 쪼그만 꽃은 존재감이 없지만, 겨울을 참고 견뎌내어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 야자수 아래 자연발아한 피라칸타가 제법 크게 자랐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려 뽑으려는데 호락호락하지 않다. 뿌리가 다칠 새라 결국 포기! 바로 옆에는 수국의 새잎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2022. 3. 9.
금목서 꽃향기 秋風에 휘날리고 올 가을은 비가 귀하다. 한낮 기온은 20도를 넘나들며 온화하다. 단풍에 한눈 팔다 자칫 가뭄이 오는 줄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타인의 정원 식물 일부는 목마름에 잎들이 축 늘어진 채 헐떡거리고 있었다. “냉큼 물을 떠오지 않고 뭐해!” 귓전을 때리는 그들의 외침에 서둘러 움직였다. 한 손으로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고 한 손으로는 시들어가는 풀을 뽑는다. 동시에 틈틈이 꽃들을 관찰한다. 주변 식물들의 고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벼락에 걸린 무늬아이비와 용월은 싱그럽다. 소나무 아래 핫립세이지 꽃잎은 언제 보아도 깜직하다. 붉은 입술을 닮아 꽃 이름이 핫립세이지(Salvia ‘Hot Lips’)란다. 파인애플세이지 꽃은 온통 붉지만 줄기도 붉은 빛이 감돈다. 그 옆에 있는 멕시칸세이지의 보라색 꽃이 탐스.. 2021.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