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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他人의 정원

금목서 꽃향기 秋風에 휘날리고

by 달의궁전 2021. 10. 30.

올 가을은 비가 귀하다. 한낮 기온은 20도를 넘나들며 온화하다. 단풍에 한눈 팔다 자칫 가뭄이 오는 줄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타인의 정원 식물 일부는 목마름에 잎들이 축 늘어진 채 헐떡거리고 있었다. “냉큼 물을 떠오지 않고 뭐해!” 귓전을 때리는 그들의 외침에 서둘러 움직였다. 한 손으로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고 한 손으로는 시들어가는 풀을 뽑는다. 동시에 틈틈이 꽃들을 관찰한다.

 

 

 

주변 식물들의 고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벼락에 걸린 무늬아이비용월은 싱그럽다.

 

 

 

소나무 아래 핫립세이지 꽃잎은 언제 보아도 깜직하다. 붉은 입술을 닮아 꽃 이름이 핫립세이지(Salvia ‘Hot Lips’)란다.

 

 

 

파인애플세이지 꽃은 온통 붉지만 줄기도 붉은 빛이 감돈다.

 

 

 

그 옆에 있는 멕시칸세이지의 보라색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는데, 키가 훌쩍 자라 바람에 줄기가 휘청거리고 일부는 쓰러져 있다.

 

 

 

지난 9월 초, 수양단풍을 옮겨심기한 뒤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잎이 돋아나고 있다.

 

 

 

먼나무가 붉은 열매를 달기 시작하고, 후박나무 아래 백량금도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가을꽃의 대명사 국화. 중국 진나라 시인 도연명이 유난히 좋아했고, 은둔의 이미지를 품은 국화. 소국(小菊)을 포기나누기해서 나무화분에 심었더니 꽃은 작지만 강하고 풍성하다.

 

 

 

그 많던 루드베키아는 거의 흔적을 감추고 극소수만이 삶의 끝자락에 힘겹게 서있다.

 

 

 

그런데 애니시다가 심상치 않다. 노란 꽃이 만발하여 초여름 정원의 생기발랄한 기운을 불어넣곤 했는데 어느새 나무 전체가 '백발'이 되어버렸다.

 

 

 

물을 주고, 풀을 뽑고 꽃을 관찰하는 가벼운 분주함 속에 금목서의 꽃향기는 가을 정원을 지배하고 있다. 자그마한 황금색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독보적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굳이 내식대로 말하자면 '지독히 달짝지근하다'고나 할까.

 

 

 

오후 늦게 일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시들어가던 수국과 털머위 잎들은 어느새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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