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音樂24 Song without Words Op.30 No.1 "악보는 유럽의 거의 모든 거실 피아노들 위에 펼쳐져 있었다" 이 악보는 다름 아닌 멘델스존이 작곡한 '무언가(無言歌)'이다. '무언가(Lieder ohne Worte)'는 영어로 'Song Without Words', 가사가 없는 노래를 뜻한다. 총 48곡으로 이루어진 무언가는 8권으로 출판되었으며, 각 권당 6개의 노래가 있다. 그런데 7권과 8권은 멘델스존 사후에 출간되었다. 여기에 다시 작품 Op.109가 추가 되는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무언가'와 관계가 없다. '무언가'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는 '봄노래 Spring Song'(Op. 62 No.6)으로 누구나 낯익은 곡일 듯싶다. 이 노래가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Clala)에게 헌정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는 예.. 2023. 12. 5. Schubert Piano Sonata in B-Flat Major D.960 영화 는 2019년에 개봉했다. 1705년,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을 둘러싼 두 여인의 암투를 그렸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출신인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은 여왕의 총애(favourite)를 받아 신분상승을 노린다. 이를 위해 여왕과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이자 정부(furtive lover)인 권력의 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와의 갈등이 펼쳐진다. 영화 는 음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영화는 비발디, 바흐, 헨델의 바로크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곳곳에서 음악을 통해 분위기와 연기자들의 심리를 관통하고 있다.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22)과 페라리(Luc Ferrari 1929-2005)의 현대음악도 선보였다. 여.. 2023. 11. 11. 서편제, ‘소리꾼’을 부추기다 “서편제가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지난 1일 개봉한 판소리 영화 ‘소리꾼’을 만든 조정래 감독의 말이다. 1993년에 개봉한 서편제를 두고 “충격인지 감동인지 도저히 해석이 안 돼서 영화를 몇 번이나 봤죠.”라는 그의 말에서 보듯이 영화 ‘소리꾼’은 서편제가 낳은 판소리 뮤지컬인 셈이다. ‘소리’를 들으러 영화관으로 향했다. ‘소리꾼’은 서편제와 여러모로 닮았다. 심학규의 아내 간난이가 납치를 당하면서 로드 무비 형식을 예고한다. ‘너영나영’을 부르는 엔딩 장면은 서편제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청산도의 돌담길을 거니는 장면과 오버랩 된다. 심청가를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이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서편제에서는 춘향가 중 ‘옥중가’와 ‘사랑가’가 구성지게 .. 2020. 7. 4.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 목이 미세하게 칼칼한 느낌이 들더니 결국 목감기로 도졌다. 그것도 하필 명절 전날이다. 열은 없어 보이는데 통증이 짓누른다. 연휴에 문을 연 약국을 찾아 들어갔더니 사람들로 붐볐다. 카운터에 세 명이 서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손님에게 중국말로 뭐라 하면서 빠른 손놀림으로 봉투에 마스크를 쓸어 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손님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얌전하게 있을 수밖에 없다. 약 먹거나 책을 건성으로 보다가 졸리면 자는 게 반복이다. 그런데 책상 컴퓨터 모니터 옆에 세워져 있는 LP가 하나 있다. 슈베르트(Shubert) 현악 4중주곡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다. 지난 연말쯤 홀연히 이 음악이 떠올라 가끔 듣곤 했다. 전축은 이사 뒤 여태 포장된 상.. 2020. 1. 28.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 ▶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1900)가 배에서 내리는 도중 생사의 갈림길에서 잠시 멈춰 서 있다. 며칠 전, 인터넷을 보다가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이 재상영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지만,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시 묵은 DVD를 꺼내어 감상했다. 음악영화를 봐서 후회할 일은 거의 없다. 다 떠나서 음악만 들어도 밑져야 본전 아닌가. 영화 초반부터 트럼펫 연주자 '맥스'의 즉흥 재즈연주는 듣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흔들리는 배 안에서 트럼펫 연주자 맥스는 술에 취한듯 휘청거리며 꿈을 꾸듯 비몽사몽 상태지만,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1900)는 피아노 다리의 잠금장치가 .. 2019. 12. 31. O Holy Night by Mariah Carey 어쩌다 Tv를 보는 시간은 저녁식사를 할 때다. 주로 음식과 관련된 프로가 방영된다. 주문한 음식이 들어오자 맛집을 찾은 손님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친다. 음식이 마음을 뒤흔든 탓이다. 좋은 음악은 몸이 아닌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음식 앞에서 박수는 일시적이지.. 2019. 12.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