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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한라산17

엉겁결에 백록담行 참 희안하다. 평소와 달리 저녁 9시가 넘자 난데없이 졸려서 그만 자버렸다. 눈을 뜨니 새벽 2시경. 또 잠이 오겠나 싶어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는 둥 마는 둥 해도 시간은 더디다. 홀연히 한라산이 떠오른다. 탐방예약을 확인해 보니 20명 정도 여유가 있다. 난생 처음 새벽 예약을 하고 나니 꿈을 꾸나 싶다. 5시 반에 집을 나섰는데 6시 20분쯤 "주차장 만원!" 문자가 날아오더니 1분 간격으로 세차례 더 쏘아댄다. 그러고 보니 산행이 딱 1년만이다. 초입부터 울긋불긋한 분위기가 감돈다, 맞다, 단풍철이지! 속밭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진달래밭에 도착하니 2시간 가량 걸렸다. '젊은 노인'이 이 정도면 선방한거 아닌가. 챙겨온 커피가 마음을 따뜻하게 덥힌다. 나무 군락을 벗어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희미.. 2023. 10. 16.
가을에 피는 꽃, 단풍 "산에 가야하는 데..." 잊을만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등산 매니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에 가야하는 이유도 딱히 없다. 날씨도 산행에 호의적이고 몸 상태도 그런대로 괜찮아 백록담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단풍철이다. 성판악으로 가는 주변 나무들은 이제 막 나뭇잎들의 빛깔이 꿈틀거리고 있다. 산으로 들어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숲속 멀리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는 단풍나무들과 낙엽수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속밭을 지나고 진달래밭을 서둘러 통과! 딱 두시간 걸렸다. 숨을 헐떡거리며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길 옆에는 주목이 빨간 열매를 탐스럽게 달고 있고 저멀리 구름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출발한지 3시간 반만에 백록담에 다다랐다. 바람이 제법 강해 손이 얼얼하다.. 2022. 10. 19.
WHITE 어승생 어제 새벽, 한라산일대 '전면통제' 문자가 날라왔다. 우수(雨水)가 지나가는 와중에 비 대신 눈이 우수수 떨어졌나 보다. 보아하니 어승생도 구경 못한단다. 괜히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거린다. 아이젠을 챙기고 어리목으로 향했다. 중산간을 지나 어리목 인근에 진입하니 과연 장관이로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리목 입구에 도착하자 시끌벅적하다. 여기 저기서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눈썰매를 챙기고 온 준비된 가족들도 더러 있다. 어리목 입구에서 걸어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산행 금지라며 친절한 안내가 기다리고 있다. 눈보라는 몰아치고 도로는 눈으로 덮였으니 윗세오름은 말할 것도 없고 어승생 가는 길도 막혔을 터이다. 눈으로 확인을 했으니 주차장 주변에서 대충 구경하고 탐라도서관으로~. 곰곰이 생각하니.. 2022. 2. 21.
눈 그림자 특별전시 중 밤잠을 조금 설쳤지만 아침 7시 무렵 성판악에 도착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QR코드로 예약을 인증받은 뒤 산행 출발. 얼마 안 있어 저 멀리서 해가 얼굴을 불쑥 내밀며 말을 건내는 듯하다. "오랫만일세. 잘 지냈는가?"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만 나있고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다. 눈표면은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곳곳에 봉긋 솟은 눈무덤이들 펼쳐져 있다. 오랫만의 산행이라 기초체력을 점검한답시고 어승생을 다녀오고 우당도서관 가는 길에 사라봉과 별도봉을 산책했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조금은 무겁고, 숨이 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헐벗은 가지들은 마치 실핏줄처럼 흩어져있다. 성판악 입구에서 4km 떨어진 속밭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사라오름 입구를 지나 진달래밭에서 간식을 먹고.. 2022. 2. 9.
녹담설경(鹿潭雪景) Ⅱ 2021. 2. 1.
정녕 그대(漢拏山)를 2021.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