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호뜨락58 덩굴식물 조직 개편 시계초 코룰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꽃망울을 주렁주렁 달더니 연일 무더기로 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어, 보는 이도 정신이 팔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함께 심은 시계초 아메시스트가 코룰리아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숨 막힐 지경이다. 공간이 없으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아메시스트는 '다윗'이 될 수 없었다. 덩굴식물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했다. 지난 2월 조립식 비닐하우스를 용도변경한 덩굴시렁을 살폈다. 사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은 이미 깨진 상태였다. 흑장미는 4월 말에, 노란 장미는 5월 들어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성장이 지지부진하다. 당연지사다. 지난해 삽목해서 키운 장미가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가려줄 만큼 줄기차게 줄기를 뻗을 리가 없다. 스스로 지은 생각에 속아 .. 2024. 5. 22. 화단엔 봄이 가득 뜨락에 핀 꽃을 보며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대문 위에 고개를 걸치고 빤히 쳐다 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물었더니 대답은 없고 빙긋이 웃기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 온 중국인이다. "포토, 포토!" 하며 두 손으로 네모 모양을 만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두 쌍이 뜨락에 왔다. 그들은 핫립세이지와 삼색버들 곁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덩굴식물인 칡도 울고 갈 만큼 왕성하게 자란 코룰리아(시계초)를 놓칠 리가 없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나랑 같이 찍자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후기 인상파 모습을 벗어나려 내 얼굴은 최대한의 미소를 강요당했다. "셰셰!" 하면서 뜨락을 나서더니 잠시 후 소문을 들었는지 다시 한 쌍의 부부가 왔다. 이들은 달랐다. 서로 .. 2024. 5. 15. 할 말 잃은 '잎틀막' 봄에 올라오는 새잎은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흰동백이나 굴거리나무의 새순은 수줍은듯 연한 붉은 기운이 감돈다. 봄 기운에 취해 흥분을 했을까. 설중매를 비롯해 당매자나무와 오색마삭줄은 녹나무과 나무들처럼 검붉은 잎을 토해내고 있다. '부드러운 마음'이 꽃말인 삼색버들. 녹색 잎에 희고 붉은 색이 어우러져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을 보느라면 마음이 절로 부드러워진다. 물무궁화(흰단풍잎촉규화)는 한겨울 줄기만 덩그러니 남아 의아했는데, 봄이 되자 밑동에서 연녹색의 새잎이 올라온다. 그런데 궂긴 일도 벌어졌다. 그것도 정금나무한테서 말이다. 가느다란 줄기 맨 윗부분에서 튼실한 새싹을 내밀고 아래쪽에서도 싹이 트고 있어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라가는 게 아닌가. 오후에 햇볕나는 쪽에 옮겼더니 갑작스런 .. 2024. 5. 5. 새싹 왈츠 흙을 부수고 싹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숨과 시간이 잠시 멎는다. 언제보아도 신기하고 놀랍다. 폭죽덩굴은 다섯 개 씨앗 중 네 개가 발아를 하였는데 하나가 흙을 뚫다가 멈추버렸다. 여태 그대로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또 다른 산호덩굴은 씨앗 두 개를 시도했는데 소식이 없어 여분으로 남긴 하나에 승부를 걸고 있는데, 느닷없이 싹이 하나 올라왔다. 감개무량하다.. 금관화, 박태기나무와 층꽃나무는 발아 성공율이 높다. 새싹들이 씩씩한 게 듬직하다. 큐피드의 화살도 일곱 개가 싹이 올라왔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남천 주변에 옮겨심어놓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올해 꽃이 피어 내 가슴에 화살을 마구 쏠 수 있으려나. 지피식물로 활용해 볼 요량으로 덤불초롱꽃과 천상초 씨앗을 심었다. 둘 다 씨앗이 미세한지라 신경이 .. 2024. 4. 20. 탐나는 봄 봄이다. 많이 기다린 탓인지 굼뜬 느낌이다. 뜨락 대문 밖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직 봄 이전이다. 분갈이한 식물이 담긴 노란 컨테이너 박스와 삽목 중인 식물 무리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골갱이와 전정가위를 들고 순찰을 하노라면 꽃들이 하나 둘 눈에 밟힌다. 무스카리가 광대나물 틈새로 보랏빛 꽃송이를 내밀고, 히야신스 꽃대는 점잖으면서 엄숙하다. 지난해 왕성하게 자라던 로즈마리는 너무 가지치기를 많이 했는지 시들시들하다 떠나고 말았다. 그 빈자리에 새로 심은 녀석이 꽃 구경이라도 하라는듯 드문드문 피어나고 있다. 이스라지는 언제보아도 교양이 넘쳐흐른다. 창고 옆 장미조팝은 자그마한 꽃망울을 무더기로 달고 있는데 곧 꽃 소식을 알릴 테새다. 삼색버들(셀릭스)도 묵은 가지에서 꽃이 먼저 달리고 있다... 2024. 3. 19. 봄이 오면 뭐라 말 걸지? 뜨락에 길마가지 꽃이 피었다. 첫 만남이다. 꽃말이 '소박함'이여서 그런지 다소곳이 얼굴을 숙이고 있다. 꽃향기가 진해 지나가는 길손을 막아선다고 하여 이름이 길마가지란다. 꽃의 유혹에 빠져 그만 향기를 놓쳤다. 내일 다시 꽃향기 맡으러 가야지. 팔삭나무 아래에 노란 꽃 두 개가 방긋 웃고 있다. 세복수초가 봄이 코앞에 있음을 전하고 있다. 대문 왼쪽에 수선화도 막 꽃망울을 떠트리기 시작했고, 구석에 있는 이스라지도 꽃망울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있다. 초봄을 수놓는 연분홍꽃은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수상한 날씨에도 식물 저마다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산수국 새싹이 올라오고, 연못에는 수련 잎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홍가시나무는 붉은 새싹을 펼치기 시작했다. 포근한 겨울이라 유난을 떤 .. 2024. 2. 20.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