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NOON to MOON

28

숲으로 떠난 겨울나그네(Winterreise) ☘ 제 5곡 Der Lindenbaum (보리수) 올 겨울엔 슈베르트(1797~1828)의 와 보내는 시간이 유난히 길다. 는 24곡으로 이뤄졌는데, 독일 시인인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가 쓴 시에 붙인 연가곡집이다. 슈베르트는 나이 서른(1827년)에 이 곡을 쓰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만화책을 보거나 졸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감상에 풍덩 빠지게 하는 노래가 있다. 24곡 가운데 제 5곡인 '보리수(Der Lindenbaum)'다. '♪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를 들으며 눈이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 영하 4도의 강추위 속에 끝없이 휘몰아치며 끝을 보고야 말것처럼 굉음을 내던 강풍은 이튿날.. 2023. 1. 25.
뜻밖의 발견, 노란 풍경 층꽃나무는 어디까지 왔을까? 행여 씨앗이 여물었으면 좀 챙길 요량으로 생태숲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늘 산책로 왼쪽으로 들어서는데 사람주나무가 '단풍이란 이런 것이야'라며 한 수 가르쳐주는 듯하다. 나무 주변을 서성이며 떨어진 열매를 주섬주섬 챙겼다. 가막살나무는 원색적인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고, 말오줌때나무는 열매가 열린 틈으로 까만 씨앗들이 얼굴을 일제히 내밀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풍성하게 자란 상동나무가 앙증맞은 꽃들을 활짝 피우고 있고, 몇 걸음 걸은 뒤 붉은 빛이 감도는 열매를 달고 있는 보리수나무 앞에 멈춰 섰다. 물끄러미 표정을 바라보니 나긋나긋하고 아담하다. 보리수나무 주변에 노란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박덩굴이다. 말오줌때나무와 대조적으로 노박덩굴 열매는 익어서 펼쳐.. 2022. 10. 23.
따뜻한 추분, 호젓한 산책 아침부터 햇살이 강하다. 요 며칠 시원한 날씨로 뭘 해도 좋았는데 더운 기운이 심상찮다. 고민할 것 없이 생태숲으로 피난갔다. 사실 마음 한켠에 아그배나무 열매가 궁금했던 터였다. 산책로에 들어서자 마자 보랏빛 꽃이 눈에 꽂힌다. 야생화인 층꽃나무다. 연못쪽으로 들어서니 한적하고 아늑하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니 자귀나무는 열매를 매단 채 아기자기한 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다. 가을 길목, 익어가는 열매들은 대체로 붉거나 불그스름하다. 가막살나무와 아왜나무의 열매들은 작으면서 붉은 빛이 선명하다. 백당나무의 열매는 붉은 빛이 뚜렷한 데다 탐스럽기까지 하다. 사과나무는 한 수 위다. 붉으면서 탐스러운 데다 먹고 싶은 충동까지 일게 하니 말이다. 보고 싶었던 아그배나무 앞에 섰다. 열매는 옅은 노란.. 2022. 9. 23.
층층마다 하얀 꽃 나빌레라 참꽃나무 군락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분하다. 시기를 놓혔으니 붉은 참꽃들의 아우성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참꽃 대신 주도권을 넘겨 받은 산수국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암석원에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분주한 가운데 한가롭다. 아그배나무에는 열매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그 아래로 작은 물길이 나 있고, 물길 막다른 곳에는 수련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수생식물원으로 가는 길목 새비나무에는 자그마한 보랏빛 꽃들이 잎들 사이로 수줍게 피어있다. 수생식물원 주변에 서 있는 콩배나무와 마가목은 자그마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그런데 근처 또 다른 마가목은 열매는 안 보이고 붉은 기운이 감도는 잎들이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꽃나무숲으로 가는데 특이하게 생긴 열매가 발길을 잡는다... 2022. 6. 19.
바람맞아 바람 쐬러 온다던 흙차가 소식이 없다.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무소식. 어제 다이소 들렀다가 구입한 페튜니아와 백일홍 파종을 마치니 붕뜬 기분이다. 그제는 거센 바람에 기죽고, 오늘은 흙에 바람을 맞나보다. 뜨락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왔다. 비로 인해 흙이 뭉쳐 돌을 골라내려면 체를 쳐야하는데 쉽지않다며 이삼일 미루잖다. 뭐하지? 불현듯 오라숲이 떠오른다. 부랴부랴 커피와 간식을 챙겼다. 무려 2년 6개월 만에 찾은 오라숲 입구에 들어서니 낯설다. 설문대 할망 전설을 담은 게시물들이 들어서 있다. 산책로 주변에 모여 있는 단풍나무들은 안녕하고, 종가시나무의 새잎은 헌잎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한천(漢川)이 있는데, 바위틈에서 올라온 천선과나무들은 팽나무나 후박나무 못지 않게 생명력이 강하다.. 2022. 6. 7.
6월 숲 '꽉 찬 충만' 몸이 조금은 뻑적지근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라수목원으로 향했다. 꽃과 열매, 그리고 무성한 잎들로 숲의 여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울수록 숲은 맑고 시원한 기운을 뿜어낸다. 벤치에 누워 한잠 청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하늘을 향해 펼쳐진 담팔수의 붉은 잎이 유난히 애교가 흘러넘친다. 사귀고 싶은 나무다. 이른 봄부터 꽃을 피워올린 나무들은 이제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 덧나무의 붉은 열매와 마주하니 아왜나무가 떠오른다. 그윽한 향기를 발산했던 백서향도 어느새 열매가 달려 있고, 백목련 열매도 기다란 형태의 모습을 드러내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박태기나무 열매를 보니 낯이 익다. 콩과 식물이었구나!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꽃대.. 2022.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