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달라져 보이는 건 5일이면 넉넉했다. 길가 화단에 있는 샤스타데이지는 숨가쁘게 꽃을 내밀기 시작하고, 경계에 서 있는 접시꽃도 하얀 꽃을 선보이고 있다.
덩굴시렁을 타고 올라선 장미들은 지난해에 비해 병충해 피해가 훨씬 덜하다. 검은점이 퍼져 있는 잎사귀들을 떼어 내고 예방약도 친다. 흑장미는 바지런히 검붉은 새순을 길어 올리고, 노란장미는 벌써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덩굴장미가 몸을 푸는 사이에 학자스민은 진한 꽃내음을 풍기며 아직도 꽃망울이 꽤 달려 있다.
며칠 전 첫 꽃을 선보인 홍가시나무가 궁금했다.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아기자기한 꽃들이 활짝 열려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일까. 붉은 열매를 힘겹게 매달고 있는 백량금을 보니 안쓰러움이 앞선다.
허브 세이지의 세상이 오는지 저마다 경쟁하듯 꽃을 피운다. 희고 붉은 꽃이 앙증맞은 핫립세이지와 붉고 가느다란 꽃을 펼치는 파인애플세이지. 블루세이지도 그 뒤를 이으려는지 푸르스름한 꽃망울이 하나 보인다.
먼나무 아래에는 숙근천인국(인디언 국화)가 꽃을 먼저 피우고, 머지않아 루드베키아가 합류할 모양새다.
그런데 화단의 포인트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어린 병솔나무가 어느새 붉은 꽃들이 풍성하게 피워올리고 있다. 그녀석 참 성미는 급해도 대견하다.
잎이 빌빌거리는 눈향나무와 반송, 소나무에 살충제를 뿌리고 풀도 좀 뽑고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나오는 찰라에 기막힌 장면 또 포착. 풀인가 싶어 뽑으려는데 다가가 보니 샤스타데이지다. 현관 문 구석 돌틈사이로 자연발아를 하여 꽃망울을 내밀고 있다. 사서 고생을 하는 건 식물이나 사람들이나 매한가지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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