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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他人의 정원

홍가시나무 꽃과 첫 대면

by 달의궁전 2022. 4. 25.

뜨락에 핀 꽃은 풀들이 먼저다. 살칼퀴, 광대나물, 큰봄까치꽃, 괭이밥이 그들이다. 이어 야생화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무들의 새순을 호시탐탐 노리는 시기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달이 나고 말았다. 금사철이 갑자기 야위어져 버렸다. 무슨 난리람?

 

 

 

자세히 살펴보니 애벌레들이 잎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죄다 갉아 먹고 있었다. 손으로 일일이 떼어냈지만 너무 많아 아예 나무를 흔들고 나니 애벌레 수십마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범인의 정체는 노랑털알락나방 애벌레다. 알 상태로 월동을 하고 4~5월에 나타나 사철나무나 화살나무 따위의 노박덩굴과 식물 잎을 먹어치운단다.

 

 

 

타인의 정원에 있는 금사철들은 별 일 없을까?  파종해서 새싹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아마란스, 보리지, 수레국화 모종을 들고 부랴부랴 나섰다. 

 

 

 

정원에 도착해서 금사철들을 살펴보니 애벌레 '습격'이 아직은 없는 걸 확인하고 일단 안도! 

 

 

 

입구 소나무 아래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올라왔다. 지난번 심은 선애기별꽃과 작년에 심은 에델바이스 등 20개 정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풀을 어느 정도 제거한 뒤 포기나누기 한 선애기별꽃 4개를 추가로 심었지만 역부족이다. 틈나는대로 물량을 늘려야 할 판이다.

 

 

 

일년생 보리지는 지난해 카나리아야자수 주변에 심었는데 이번에는 수레국화와 함께 후박나무 주변에 심었다. 아마란스는 커다란 돌 앞에 15개 정도 심었는데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정원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는 건 철쭉과 공조팝나무이다. 경계담과 수평을 이룬 철쭉은 분홍색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 화사한 화단을 이끌고 있다.

 

 

 

철쭉의 물량공세에 못 미치지만, 공조팝나무의 하얀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광경을 보느라면 주눅이 들 정도다.

 

 

 

공조팝나무 근처에 있는 파인애플 세이지도 붉은 꽃을 하나 둘 피워 올리고, 미스김라일락도 풍성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꽃을 열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시기가 일러서일까 더위에 지쳐서 일까. 샤스타데이지가 듬성듬성 피어나는데 힘이 없어 보인다, 눈향나무는 지난해부터 잎의 갈변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또 다른 줄기도 빌빌거리고 있다. 

 

 

 

건강이 최고인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를 바 없다. 노란 꽃을 풍성하게 피워올리던 애니시다가 갑자기 시들어버려 황당하고 당혹스런 기억은 아프다. 그 자리에 지난 3월에 작은 병솔나무를 심었는데, 벌써 첫 꽃이 피고 있다.

 

  

 

덩굴시렁에는 진한 향기를 내뿜던 개나리자스민은 자취를 감취고, 그 빈자리에 학자스민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낯익은 꽃과 꽃향기 틈바구니서 낯선 꽃을 발견한 기쁨이란! 홍가시나무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길가나 화단에서 홍가시나무를 볼 때마다 꽃을 보려고 기웃거렸지만 보질 못했던 터였다. 정원 경계담쪽에 다섯 그루의 홍가시나무가 있는데 한 그루에서만 꽃이 피고 있다. 지속 관찰 대상에 편입! 그나저나 자연발아를 기대하는 건 희망사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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