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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他人의 정원33

막 오른 꽃들의 전쟁 올해 나무시장은 나무 종류가 더 다양해졌다. 눈향나무, 문그로우, 블루엔젤 등 여러 종류의 향나무가 첫선을 보였다.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팰리스 스탠더드 장미도 눈에 띈다. 장미화단을 풍성하게 꾸며보자는 주인장의 제안에 카일라니 화이트와 루브르 레드 2종류를 구입해 타인의 정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부시다. 길가 배롱나무 옆의 이스라지는 꽃이 거의 만개한 상태였다. 윙윙거리는 벌들의 소리만으로도 이미 그들만의 잔치가 신명나게 벌어지고 있다. 맞은편에는 로즈마리가 봄기운을 삼키며 보랏빛 꽃을 하나 둘씩 내밀고 있고 흰동백도 드문드문 꽃이 피어 있다. 정원 안으로 들어서니 영산홍은 붉은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영산홍은 하늘을 향해 꽃망울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데 터지기 일보 직전이.. 2021. 3. 19.
봄, 화단 청소 정중동(靜中動). '타인의 정원' 길가 화단작업을 하기 전에 뒷짐을 지고 한번 휙 둘러본 분위기가 그렇다. 란타나는 쥐 죽은 듯이 있어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반면에 로즈마리는 허브 향을 진하게 뿜어내 봄기운으로 들뜨기 쉬운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호미를 손에 쥐고 쪼그려 앉아 풀 사냥을 시작한다. 기후 온난화 탓인지 광대나물은 계절을 넘나들며 철없이 꽃을 내밀지만, 살갈퀴는 때를 맞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겉으론 가냘퍼 보이지만 생존력은 강하다. 미세한 틈도 아랑곳 않고 비집고 들어가 무성하게 자란다. 미리 손을 쓰는 게 편하다. 아직은 많지 않지만 쑥이나 뽀리뱅이도 뽑아낸다. 부추잎 사이로 왜제비꽃은 봄처녀마냥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Oh~ 방가방가! 왜제비꽃 보다 더 왜소한 봄까치꽃도 얌.. 2021. 3. 8.
카나리아야자수 상록 교목인 주목이 나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 가을.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상당수 잎이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멀쩡하던 나무가 느닷없이 앓기 시작하면 손쓸 도리가 없는 나도 앓는다. “주목이 좀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겨울 분위기와 어울리는데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 딴에는 그럴듯한 멘트를 주인장에게 날렸다. 주목 자리에 무얼 심을까 고민하다가 정원에 있는 카나리아야자수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커다란 야자수 바로 옆에 작은 야자수 2개가 모여 있어서 어차피 가운데 나무는 들어내야 했다. 뿌리를 최대한 다치지 않게 삽으로 조심조심 흙을 파냈을 때만 해도 일이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가운데 야자수가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이지 막내와 함께 들고 운반하기엔 힘에.. 2021. 3. 3.
늦가을, 봄기운을 얻다 늦가을, 정원 밖 길가 풍경은 요란했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뒹구는 거리와 달리 화사하다. 식물들도 세월을 붙잡을 수 없는 걸 아는지 한해살이들의 생존력은 강인해 보인다. 7월 말에야 파종을 해서 싹을 틔운 공작초는 꽃이 마구 불어나고, 황화코스모스는 꽃이 졌다가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다. 털머위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운다지만 유독 길가의 란타나는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여태 화려함을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접시꽃마저 꽃이 졌다가 다시 피어나 길가 화단의 요란한 풍경을 거들고 있다. 길 맞은편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보라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쿠페아는 지난해 보다 몸집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유리옵스는 노란꽃을 쉴 새 없이 피워올려 을씨년스런 겨울을 보듬을 터이다. 담벼락엔 손바닥만한 용월이 듬직하게 걸려.. 2020. 11. 8.
참사랑? 꽃무릇에게 물어 봐! 초가을 길가에, 정원에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 있다. 꽃무릇이다. 큰형 연수원에도 곳곳에 꽃무릇이 흩어져 꽃을 피워 올리느라 분주하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이다. 때가 일러서인지 나홀로 먼저 활짝 꽃을 피우는가 하면 짝을 이룬 꽃무릇도 있다. 어? 근데 꽃봉오리가 마치 열 개의 손가락처럼 보이네! 고무장갑을 끼었나? 꽃무릇은 초가을 붉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난다. 꽃과 잎이 어긋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데 꽃말은 ‘참사랑’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석산(石蒜)이라 부른다. ‘석산’은 ‘돌마늘’이라는 의미로 돌 틈 인경(bulb, 비늘줄기)이 마늘과 비슷해 지어졌다고 한다. 꽃무릇은 방부효과가 있어 불경이나 탱화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절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다. ‘.. 2020. 9. 20.
시계꽃 ☆ 지금 몇 시? 여름올시다! 정원을 감상하는 일과 가꾸는 일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부터 큰형 연수원을 들락거리면서 드는 생각이 그렇다. 흔한 말로 잘해야 본전이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지만 올해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기이다. 연수원 입구에서 마당으로 가는 길목에 4개의 덩굴시렁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첫 번째 관문에 덩굴장미 3개를, 두 번째는 클레마티스를,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능소화를 심었다. 각자 알아서 자랄 줄 알았는데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4월 중순 나무시장에 들렀다가 특이한 덩굴식물을 만났다. 시계덩굴 혹은 시계꽃이라 한다. 두 번째 관문 왼쪽에 심어진 클레마티스가 시원치 않아 그 맞은편 쪽에 심었다. 그동안 관찰을 하면서 느낌이 좋았다. 마침내 오늘 활짝 핀 시계꽃을 보았는.. 2020.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