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원 밖 길가 풍경은 요란했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뒹구는 거리와 달리 화사하다. 식물들도 세월을 붙잡을 수 없는 걸 아는지 한해살이들의 생존력은 강인해 보인다. 7월 말에야 파종을 해서 싹을 틔운 공작초는 꽃이 마구 불어나고, 황화코스모스는 꽃이 졌다가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다. 털머위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운다지만 유독 길가의 란타나는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여태 화려함을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접시꽃마저 꽃이 졌다가 다시 피어나 길가 화단의 요란한 풍경을 거들고 있다.
길 맞은편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보라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쿠페아는 지난해 보다 몸집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유리옵스는 노란꽃을 쉴 새 없이 피워올려 을씨년스런 겨울을 보듬을 터이다.
담벼락엔 손바닥만한 용월이 듬직하게 걸려 있고, 핫립세이지도 여태 싱그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
하귤도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며 노란색 꽃들의 틈바구니에 합류하고 있다. 근처 길가엔 자그마한 귤나무에 열매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유난히 내 마음을 붙들어 맨다.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늦가을이 분명한데 마음은 봄이다.
돌아오는 길에 생활한복 바지가 얇아서 두터운 걸 사려고 오일시장에 들렸다. 사람들 틈바구니를 헤치며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커피나무가 내 발목을 잡았다. 가까이 가서 관찰하니 아주 튼실하다. 물어보니 두 개밖에 없단다. 하나에 3천 냥이니 후딱 사들고 왔다. 분갈이 하고 쳐다보니 친한 친구 얻은 기분이다. "커피 열매 수확했는데 차 한잔 하실래요?" 이런 말을 할 날이 올까?
'他人의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화단 청소 (0) | 2021.03.08 |
---|---|
카나리아야자수 (0) | 2021.03.03 |
참사랑? 꽃무릇에게 물어 봐! (0) | 2020.09.20 |
시계꽃 ☆ 지금 몇 시? 여름올시다! (0) | 2020.06.20 |
토끼풀을 애도(哀悼)하며 (0) | 202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