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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식물의 사생활

정금나무 열매와 '준비된 만남'

by 달의궁전 2020. 9. 19.

9월이 오기를 꽤 기다렸다. 정금나무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상동나무와 달리 정금나무는 주변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무시장이나 제법 큰 화원에 가도, 많고 많은 나무 중에 정금나무는 없다. 정금나무를 만나려면 산지나 중산간 지역으로 가야한다. 벌초를 이미 끝냈지만 산소도 둘러볼 겸 가는 길에 1100고지로 향했다. 정금나무 잎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열매들도 하나 둘 흑자색으로 익어가는 중이다.

 

♣ 정금나무 잎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정금나무는 상동나무를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두 나무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2~3m 정도의 높이로 자라며 열매 크기는 서로 닮았다. 그런데 큰 차이는 반상록성인 상동나무는 4월에 열매가 먼저 열리고 11월에 꽃을 피우지만, 정금나무는 낙엽관목으로 6월에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흑자색으로 익어간다. 6월이면 정금나무 가지 끝에 10여개 안팎의 종모양 꽃이 매달려 있어 깜찍하고 멋스럽다. 키워보고 싶은 바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 흑자색으로 익어가는 정금나무 열매들

 

 

검게 익은 열매를 몇 개 챙겼다. 지난 5월말 과수원에 있는 상동나무 열매를 따서 땅에 심었는데 보름이 지나자 떡잎이 올라오고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정금나무 열매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고민 끝에 과수원 입구 후박나무 아래에 열매를 심기로 했다. 그늘이 진데다 적당한 습기가 유지되어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커다란 지렁이들의 놀이터일 만큼 이곳 흙은 비옥하다.

 

♣ 과수원 입구 그늘진 곳에 열매를 심고 표시를 해 두었다.

 

 

정금나무는 토종 블루베리로 알려져 있다. 상동나무 열매와 마찬가지로 항산화효과가 뛰어난데다 피로회복이나 강정강장 효과도 있단다. 그런데 상동나무와 달리 잎과 가지에 대한 효능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문제는 정금나무가 성장이 더딘 편이라고 한다. 싹이 트고 어린 묘목이 자라서 열매를 맺으려면 최소 5년은 있어야 할까보다. 애써 키워 자란 정금나무 열매가 술과 만나면 정금주가 된다. 정금주? 세상에 원!!!

 

 

 

그나저나 발아는 될까?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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