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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식물의 사생활

무늬 아이비 ‘미완의 사랑’

by 달의궁전 2020. 7. 24.

날씨 참 고약하다. 먹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맑아지는가 싶었는데 잠시 후 구름이 몰려오면서 비를 뿌려댄다. 억센 바람도 끼어들면서 한바탕 휘젓더니 곧이어 잿빛하늘은 자취를 감추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다. 그래도 자연은 쉼 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우중충한 날이 이어지지만 풀들은 어김없이 자란다. 올해는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귤나무가 없는 곳에 개망초가 내 키만큼 올라왔지만 베지 않고 내버렸다. 일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잔꾀를 부린 건 풀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한동안 마음을 즐겁게 해 준 금영화는 제 몫을 다하고 물러났다. 그 빈자리를 우선 화분에 삽목한 란타나 3개를 꽃밭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빈 공간을 공작초로 채우기 위해 파종을 했다. 그런데 공작초는 3일 만에 싹이 올라온다. 한해살이여서 그런지 서둘러 세상에 나오는 건가?

 

♣ 금영화 빈자리에 삽목한 란타타 3개를 급한대로 옮겨 심었다.

 

♣ 파종 3일만에 싹이 올라온 공작초. 씨앗 모양(오른쪽)도 품위가 있어 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실 자그마한 꽃밭은 실험실로 쓰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파종을 해서 새싹이 난 식물 중 하나 두 개를 화단에 심어 본다. 그 중 꽃무도 마침내 노란 꽃을 피웠다. 가자니아(태양국) 사이에 싹이 난 야로우(서양톱풀)를 하나 심었는데 어찌 불안하다. 곧 옮겨야 할 듯싶다.

 

♣ 가자니아 사이에 있는 서양톱풀이 힘겨워 보인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볼거리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연못에는 연잎이 모습을 드러내고 부레옥잠은 하룻새 피고지고 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파종한 식물들 가운데 일년생인 코스모스와 황화코스모스는 꽃이 핀 지 꽤 되었다.

 

♣ 연수원 담벼락에 란타나와 코스모스 그리고 황화코스모스가 어우러져 있다.
♣ 과수원에 핀 황화코스모스

 

그런데 두해살이 접시꽃도 꽃이 피었다. 파종한 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자라고 이듬해에 꽃을 피운다던데, 벌써 꽃이 피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 연수원 담벼락에 핀 접시꽃이 강한 바람에 시달려 줄기가 휘어졌다. 오른쪽은 과수원의 접시꽃. 늦게 파종해서 이제야 꽃망울이 부풀고 있다.

 

 

식물을 키우며 볼거리도 있지만 그만큼 일거리도 늘어난다. 과수원 연못 근처 빈 공간에 덩굴식물인 배풍등을 옮겨 심었는데 처음에는 잘 자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종일 햇볕을 받는데다 바람의 영향이 큰 탓인지 기대만큼 줄기가 쑥쑥 올라오지는 않고 있다. 식물들 역시 저마다 살기 좋은 환경이 곳이 따로 있을 터이다.

 

 

 

지난해 구입한 자그마한 무늬 아이비는 무럭무럭 자라 줄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꺾꽂이도 좋지만 문득 어디선가 하트모양의 아이비를 본 기억이 떠올라 따라해 보았다. 창고를 뒤져보니 마침 철사가 있다. 화분에 하트모양의 철사와 가지치기를 한 무늬 아이비를 함께 심었다. 언제쯤 하트가 완성이 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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