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불을 붙이면 거품이 인다. 반들반들한 커다란 잎은 잘 타지 않는다. 아왜나무는 불에 강해 방화수(防火樹)로 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 이유다. 나무에서 거품이 나와 불에 잘 타지 않는 특성을 일본에서는 ‘아와부끼(거품을 내뿜는 나무)’라고 한단다.
우리 이름인 아왜나무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거품나무란 뜻으로 처음에는 ‘아와나무’로 부르다가 아왜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왜나무의 종명(種名)으로 ‘awabuki’란 글자로만 남아 있고, 오늘날에는 일본말로 ‘아와부끼’라고 하면 나도밤나무를 말한다. - 박상진 <우리나무의 세계> 中에서 -
한여름 무더위가 막 꼬리를 내릴 즈음, 아왜나무는 붉은 열매를 포도송이처럼 치렁치렁 매달고 있다. 한겨울 먼나무에서 뿜어내는 그 붉은 열매들과 흡사하다. 불에 강한 아왜나무가 불꽃놀이라도 할 심산일까. 덩달아 내 마음도 이글거린다.
과수원 입구에 펼쳐진 장관에 결국 일을 벌리고 말았다.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열매를 부지런히 챙겼다. 발효액을 만들 속셈이었다. 그런데 책이나 인터넷을 살펴봐도 아왜나무 열매 발효에 관한 이야기는 보이질 않는다. 잠시 망설이다가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발효액을 담았다. 사는 게 대충 이렇다.
아왜나무의 매력이 붉은 열매가 전부는 아니다. 단풍이 들거나 늦은 봄 무렵 어쩌다 물든 나뭇잎의 색은 심상치 않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나뭇잎의 화려한 ‘변신’에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본 기억이 새롭다.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져 너무 예뻐서 책갈피로 쓰려고 가져왔는데 어디에 숨었는지 여태 오리무중이다. 아~! 왜?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
by 이민아
아… 왜… 하며 울었다
왜… 왜… 하며 울었다
당신을 남겨두고 암병동을 나서던 밤
그때는 땅에 묻힌 나무도 천극(天極)까지 들썩였으리
일순간 저물어 갈 머리칼 같은 신록 앞에
그 사람 뒤태처럼 그림자가 몸을 키우고
제 안에 폭풍을 품어선 아왜나무 숲이 되고
어쩌면
겹진 그늘은
한 사람의 주저흔(躊躇痕)
그 나무를 나는 차마 베어내지 못한다
내 안에 아왜나무가 오랫동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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