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서 식물들을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일손을 멈췄다. 가만 보자, 구기자!!! 4월 말 화분에 삽목한 뒤 금세 잎이 돋아나자 울타리 쪽에 옮겨 심었는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흰동백, 상동나무, 꾸지뽕나무, 돈나무 등 모두 옮겨 심은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삽을 들고 서둘러 구기자를 찾아 나섰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헤집으며 구기자를 수색한 끝에 겨우 2개를 발견했다. 하나는 상태가 괜찮은데 다른 하나는 풀들의 텃세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했다. 일단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여유를 갖고 구기자를 살펴보면서 안도의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열매가 몇 개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구기자의 재발견이라! 4월 말 삽목했는데 열매를 보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튿날 다시 구기자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꽃 하나가 피어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꽃이 시들고 열매를 맺는 모습도 포착했다. 주는 건 없는데 받기만 하니 남들이 알까 쑥스럽다. 구기자의 빨간 열매를 머지않아 볼 생각에 마음엔 이미 보름달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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