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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다호뜨락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

by 달의궁전 2022. 6. 6.

비바람 소식에 뜨락을 둘러보며 나름 대비를 했다. 화분들도 한데 모아놓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초당옥수수도 세웠다. 

 

 

 

이튿날 아침, 뜨락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샤스타데이지와 접시꽃 일부가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접시꽃은 피지 못한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말이다. 초당옥수수는? 서둘러 가서 보니 대부분 쓰러져 있었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나 보다. 

 

 

 

아일랜드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인데, 오역 논란이 있다). 어쨌거나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줏대를 옥수수 양쪽 끝에 박고 끈을 둘렀다. 그런데 별 소용이 없어보인다. 고민 끝에 창고에 있는 콘테이너를 늘어선 옥수수 앞에 갖다 놓았다. 아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간간이 비는 내리고 일단 철수~

 

 

 

이튿날 다시 와 보니 그나마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다. 흙을 퍼다가 뿌리가 들어난 옥수수 밑부분을 덮어 주었다. 강풍으로 소동이 벌어졌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은 오랜만의 단비를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색마삭줄의 쪼그라들었던 잎들이 펼쳐지고, 워터코인도 생기가 돌고 있다.

 

 

 

접시꽃 옆 글라디올러스는 흰꽃 먼저 피기 시작하고, 바로 뒤 공작초도 꽃을 내밀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샤스타데이지의 화려한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루드베키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남천도 꽃봉오리들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한 녀석이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있는데 벌과 나비가 안 오고 버틸 수는 없는 법. 하얀 나비들이 정신 없이 팔랑거리며 돌아다니고,  산수국 위로 벌 한 녀석이 부지런히 비행을 한다. 

 

 

 

지난 달 생태숲에서 분양받은 구상나무는 연녹색 새싹이 돋아나고,

 

 

 

뒤늦게 파종을 한 맨드라미들도 싱그러운 싹이 올라오고, 당매자나무도 발아 이후 무탈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랄까. 등나무 열매 두 개가 발아를 하여 드디어 새싹을 내밀기 시작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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