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은 봄비가 내린 듯이 차분했다. 여름비가 바람을 몰고올 거라는 건 기우였다. 입구 왼편에 심은 팔손이는 막 세수를 한 얼굴처럼 반반하고 매끄럽다.
훌쩍 자란 루드베키아는 줄기가 옆으로 누우면서도 일제히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는 가운데, 맞은편 산수국도 꽃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 키우는 루꼴라는 알싸한 향과 맛이 있다니 샐러드 후보로 기대가 크다. 빗물이 맺힌 미니호박과 복수박은 볼 때마다 듬직하다.
창고 오른쪽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꽃망울을 방울방울 달고 있다. 그런데 창고 왼쪽에 올라오는 담쟁이와는 딴판이다.
창고 오른쪽 담쟁이는 원래 밭에서 자란 반면 왼쪽 벽에 올라오는 담쟁이는 '타인의 정원'서 자라는걸 삽목한 것이다. 잎들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다. 오른쪽 담쟁이 잎을 따서 왼쪽 담쟁이 틈에 넣고 보니 이름만 빼고 확연히 다르다.
담쟁이가 오르는 창고 벽 아래에 동백 열매를 묻어 놓았는데 마침내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캐어 보니 10개가 넘는다. 꽃댕강도 재미 삼아 삽목을 해보니 어렵지 않게 싹이 돋아나고 있다.
지난해 말 삽목했던 셀릭스(삼색버들)도 잘 크고, 비파나무쪽에 차나무 씨앗을 심었는데 대여섯개 싹이 올라오고 있다.
타래붓꽃은 파종을 한 후 싹이 올라오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말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 아마 한 달도 넘은 듯 한데 기다란 싹이 보이기 시작한다. 맨드라미도 훌쩍 자라서 조만간 타인의 정원으로 이사갈 예정이다.
가만히 보아하니 놀면서 이래저래 한 일도 있어 보인다. 내년에 간식비 정도는 벌 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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