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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다호뜨락

마음에 스민 식물 향해 '러브콜'

by 달의궁전 2021. 11. 8.

비는 가을을 건너뛰었다. 입동이 지나 강한 바람과 함께 등장한 비는 초여름 같은 가을에서 초겨울로 초대했다. 그래도 반갑다. 아침에 택배로 귤을 보내는 일이 주체스러웠지만 얼마만의 비다운 비인가. 오후 들어 비가 멈추자 산책 겸 나섰는데 길바닥에 훼이조아(파인애플 구아바) 열매 3개가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지난해 활짝 핀 꽃을 보고 한눈에 반했던 기억이 선하다.

 

 

 

동네 건물 뒤편에 제법 큰 훼이조아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보름 전쯤 전정을 했는지 담벼락 주변에 가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몇 개 주어다가 삽목을 했는데 아직 아무런 기미가 안 보인다.

 

 

 

어쩌다 마주친 꽃들에게 홀려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등나무도 그 중 하나다. 5월이 되면 연보라꽃이 떼 지어 피어나는 풍경은 예사롭지 않다며칠 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등나무가 있는 게 아닌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채 익어가고 있어 두 개를 챙겨왔다.

 

 

 

꼬투리를 까보니 신기하게도 일부가 막 발아를 하려는 중이었다. 얼른 세 개를 골라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타인의 정원에 있는 허브식물인 세이지들도 나의 짝사랑을 피할 수 없다. 가지를 잘라다 삽목을 했는데 잘 되는 편이다. 파인애플세이지는 어느새 꽃망울이 달리고 붉은 기운을 쏟아내기 직전이다.

 

 

 

블루세이지는 나홀로 파란 꽃을 하늘거리고, 멕시칸세이지도 보라색 꽃이 하나둘 맺혀가고 있다.

 

 

 

핫립세이지도 빠질 수 없는 노릇. 뒤늦게 삽목을 했지만 여린 잎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이지 네 종류가 한자리에 모일 내년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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