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눈이 제법 내렸나보다. 눈이불을 덮은 뜨락 풍경이 궁금하다. 눈 내린 길을 걷을 때면 푹신푹신한 게 느낌이 익숙하다. 풀 덮힌 밭을 걸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문 앞 수선화는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노란 꽃을 이미 떨궈낸 털머위는 잎들만이 눈을 떠받치느라 안간힘을 쓰며 하얀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뜨락은 적막하다. 한가한 가운데 평온함과 쓸쓸함이 물씬 배어 있다. 쓸쓸함이 있기에 평온함이 도드라진다. 상생(相生)이다.
창고 앞 돌수반에 심어놓은 워터코인은 아예 모습을 감추었고,
문그로우, 홍단풍을 비롯한 온갖 식물들이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줄기만 빼꼼히 내밀고 있다. 며칠 전 귤나무 아래서 발견한 팔손이도 저 무리들 가운데 있다.
내심 기대했던 연꽃은 내년에도 보지 못할 듯하다. 가을 가뭄으로 물을 넣어도 말라버리고 말았다. 다시 흙을 채우고 방수포를 깔았는데 방수비닐도 넣어서 재단장을 할 요량이다.
지난 여름 폭우로 잠겼던 텃밭은 밭흙 5톤을 들여와 평탄작업을 한 뒤 여러 열매와 씨앗을 심어 실험 중이다. 담팔수, 먼나무, 남천은 열매를 채취했고 차나무 씨앗은 구입했다. 깨어나기 전에 추위 맛을 봐야하니 곤궁해야 스스로를 돌아보는 우리들과 다를 바 없다.
과수원을 나서려니 느낌이 어째 좀 허전하다. 눈이 넘쳐나는데 눈사람이나 만들어보자! 눈을 데굴데굴 굴리니 삽시간에 눈덩이가 된다. 와~ 이거 얼마만인가! 대충 완성 해보니 뭔가 빠진 듯해 모자를 씌웠더니 너무 작다.
궁리 끝에 비어 있는 화분을 갖다 씌우니 딱 맞는다. 색깔도 어울린다. 근데 얼굴 표정이 묘하다. 아무리 봐도 해석이 안 된다. 웃는 듯 하면서도 우울해 보이기도 하다. 괜히 만들었나? 아휴, 웬 주책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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