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뜬금 없이 반짝 한파 소식이 들렸다. 10월 날씨가 여름과 겨울을 넘나든 셈이다. 과수원 빈터도 심상치않다. 참외 꽃이 피어나고 테니스공 크기만한 열매가 달렸다. 비닐하우스 안이 아니라 노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붉은 고추도 다 끝난 시기에 고추 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씨앗을 뿌린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금 나타나서 뭘 어쩌자는 건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상추와 깻잎을 파종했는데 상추만 발아에 성공해 싹이 올라오고 있다. 그 옆에 흙대파를 구입해서 뿌리를 잘라 심었는데, 쑥쑥 잘 올라오니 잘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박나무는 우왕좌왕하는 날씨에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곳에서 싹을 내미는가 하면, 상동나무 화분에도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식물은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 털머위가 노오란 꽃을 마구 피워올리며 분주하게 가을을 맞고 있다.
털머위와 이웃한 해국 역시 하루가 다르게 많은 꽃들이 피어나며 자존심 대결에 나선 모양새다.
인도 출신인 어저귀는 이미 꽃이 지고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는데, 일부는 열매가 벌어지며 씨앗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 밖에 없는 귀한 손님인지라 틈틈이 씨앗을 채취하는 중이다. 근데 씨앗 모양이 하트를 닮았다.
대문 밖 수선화도 어느새 잎이 크게 올라와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모든 변화가 새롭고, 그래서 즐겁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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