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목이 따끔거리는 게 오늘은 집에서 뒹굴며 휴식을 취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모닝커피를 끓이는데 식빵이 품절~ 사과 한쪽 먹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거린다. 결국 과수원으로 향했다. 며칠 전 프렌치 라벤더와 팜파스 그라스 등 여러가지 씨앗을 파종한 터라 궁금증을 이길 재간이 없다. 물론 가 봐야 아직 별다른 기별은 없지만 말이다.
연못쪽으로 걸어가는데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보름전 발견한 수박풀꽃이 해맑게 피어 있다. 첫 만남 이후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해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자세히 살펴보니 열매 두 개가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채취를 해서 열매 안쪽을 풀어헤치니 씨앗이 떨어져 나온다. 운수 좋은 날이로다.
타인의 정원에서 가지를 치면서 챙겨 온 쿠페아와 으아리를 삽목했는데, 어린 가지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식물을 키우지만 아는 꽃만 안다. 처음보는 꽃들이 수없이 많다. 조록싸리도 그 중 하나다. 산소 주변을 돌아다니다 낯선 모습에 끌려 챙겨와 과수원 한켠에 두었는데 꽃이 피고 나서야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연붉은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한 가을을 영글게하는 포인트가 되고도 남는다.
그나저나 무성하던 연잎은 하나 둘 빛이 바래고 있다. 연꽃은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보다. 내후년이라도 좋다. 피어만 다오!!!
'다호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 날씨에 식물들 당황 (0) | 2021.10.23 |
---|---|
창고와 아버지 (0) | 2021.10.16 |
첫 만남이 마지막 된 풀꽃들 (0) | 2021.09.10 |
마음보다 날씨가 더 심란? (0) | 2021.08.24 |
소소한 기쁨, 씨앗의 탄생 (0) | 2021.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