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가 전정(剪定)이다. 하지만, 풀을 제거하는 일만큼 성가시다. 아마 나의 정원이었으면 눈 딱 감고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예전에 있던 전정가위가 내 탓인지, 가위 탓인지 몰라도 시원찮다. 주인장의 허락을 받고 새 것을 구입했다. 담벼락 아래 길게 늘어선, 들쭉날쭉한 철쭉이 맥없이 잘려나간다. 먼발치서 바라보니 높이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획일적이다. 좋게 보면 미적인 통일성이 흐른다.
커다란 돌을 둘러싼 철쭉도 일관성 있는 높이를 유지하니 그 옆에 솟구쳐 오른 부처꽃이 한결 돋보인다.
사실 가지치기를 하는 게 보는 즐거움을 넘어서 나무의 건강이 우선이다. 그럴려면 잘 통(通)해야 한다. 빽빽이 들어 찬 가지를 솎아내어 여백을 확보한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마음챙김 수행과도 흡사하다. 그런데 반송 가지를 잘라낸 모양이 시원찮아 보인다. 마음만 급해 서두른 흔적이 엿보인다.
문제는 소나무 가지치기다. 사실 지난해 5월 주인장의 권유로 처음 전정을 시도했다. 정원사로 공식 데뷔를 한 셈이었다. 유튜브(youtube) 동영상을 보며 고수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았지만, 네 개나 되는 소나무를 망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컸다. 올해도 미적미적하다가 어제야 전정가위를 빼 들었다.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이 태풍으로 인해 부러질 수도 있고, 병충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초보가 의지할 것은 ‘기본’이다. 위로 솟구치거나 아래로 쳐진 가지, 겹친 가지, 밖이 아닌 안쪽으로 틀어진 가지 위주로 하나하나 제거해 간다. 불필요한 가지와 솔잎을 걷어내니 본체가 들어난다. 중생의 본체는 '부처'라는 어느 선지식의 말이 떠오른다. 소나무를 전정할 때는 초보의 ‘명예’를 걸고 하는 일이라 잡념이 들어설 틈이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쏜살같이 흐른다.
전정을 다 마치니 주인장은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나 또한 그렇다. 어차피 봐도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 군말이 없어 다행이다. 부디 잘 살아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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