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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다호뜨락

소소한 기쁨, 씨앗의 탄생

by 달의궁전 2021. 8. 14.

한밤 잠결에 나지막이 들리는 빗소리에 마음이 포근하다. 한 달 넘게 기승을 부리던 열대야를 생각하면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가물었던 마음과 식물에 단비와 같다. 무더위로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별 차이가 없다. 가랑비 정도면 오히려 나무를 옮겨심거나 자잘한 일을 하기 좋다. 어젯밤에는 비가 억수로 왔나보다. 연못을 살펴보니 수위가 여태껏 가장 높아, 쑥쑥 올라오던 연잎이 가까스로 물 위에 떠 있다.

 

 

 

식물과 가까이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오렌지자스민사고를 쳤다. 지난 3, 나무시장에 갔다가 어린 녀석이 눈에 띠어 호기심에 데리고 왔다. 자그마한 열매가 붉게 익어가더니 6월 중순쯤 화분에 몇 개 떨어져 있어 5개 정도 골라내어 심었는데 7월 말이 되자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지난 3월 나무시장에서 구입한 오렌지자스민
♧ 오렌지자스민 열매가 붉게 익어 떨어진 후 껍질을 벗긴 상태

 

 

그런데 어느 날 화들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렌지자스민이 하얀 꽃을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동백나무 씨앗은 땅에 심었다. 이번에는 붉은 동백을 시도했는데 5개 중 4개가 잎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다정큼나무도 기대 이상으로 싹이 잘 올라와 남은 씨앗을 몇 개 더 심었다.

 

 

 

5월 초 어린 싹이 올라온 굴거리나무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 지금은 큰 화분에 입주를 한 상태다.

 

 

 

예기치 않은 기쁨 못지않게 맥이 풀릴 때도 있다. 정금나무랑 가막살나무는 기별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한 알의 씨앗에 큰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한 소로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한 알의 씨앗에 소소한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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