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피길 내심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변수가 없지는 않았다. 5월초 자연연못이 생기면서 부레옥잠과 지난해 발아시켜 키우던 연을 갖다 놓았는데 살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박카스 병과 온갖 쓰레기를 걷어내니 수질을 논하기에 민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달쯤 지나자 연못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물이 점점 맑아지는 게 불과 한 달 전 연못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부레옥잠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왕성하게 번식을 하고 있었다. 부레옥잠이 수질정화 기능이 있다더니 그 효능이 실로 뛰어난 모양이다. 그런데 좋은 일에 마가 낀다더니, 골칫거리가 생겼다. 부레옥잠이 워낙 번식력이 활발해 구석에 있던 연(蓮)이 기를 못 펴고 있었다. 부레옥잠은 남미에서 자라는 아열대식물로, 평판이 무척 좋지 않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호수를 뒤덮어 광합성을 막아, 수생 식물이나 물고기들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부레옥잠을 절반 정도 걷어냈는데, 1주일이 지나면 연못을 꽉 채워버렸다. 부레옥잠을 걷어내면 공간을 확보한 연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레옥잠이 다시 연못을 채우기를 반복해 결국 모두 걷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6월 초 연 씨앗을 발아시켜 옮겨놓아, 모두 2개의 연이 연못에 살게 된 셈이다. 공간을 확보한 연은 폭풍 성장을 시작했다. 연잎이 쑥쑥 올라오더니 큰 잎은 피자를 떠올릴 정도로 자랐다. 잠자리가 와서 쉬었다 가고, 맹꽁이로 보이는 녀석도 커다란 연잎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꽃은 7월말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는데 어느새 8월이 훌쩍 지나도 무소식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고가며 연못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올해는 글렀나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그냥 무소식인가 한다. 그래도 희소식이 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놓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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