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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식물의 사생활

식물 눈치보기

by 달의궁전 2021. 2. 11.

 

식물들은 이번 겨울에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감나무와 귤나무 아래 화분들을 모아놓고는 무심했으니 말이다. 과수원 구획정리 한답시고 바쁜 척하거나 춥다고 잘 내다보지도 않았다. “언제는 자기들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굴더니 사람들 하는 일이 다 그렇지 !” 어쩌다 가끔 내다볼 때마다 이 녀석들의 불만이 들리는 듯하다. 사실 지난번 오일장에서 사온 커피나무 두 개와 3년이나 함께 해 온 칼랑코에는 말라가고 있는데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 와중에 붉은색 장미 한 송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미니장미는 추위에 시달린 기색이 역력하다. 시든 꽃봉오리와 잎을 따 주었더니 다시 여린 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그 옆에 있는 로즈마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연하늘색 꽃을 여태 매달고 있다.

 

 

 

상록성 식물들은 대부분 온전한 편이다. 호랑가시나무, 자라는 속도가 더지지만 올리브나무도 겨울 끝자락 속에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돈나무보리밥나무, 참식나무, 흰동백도 듬직하게 자라고 있다.

 

 

삽목 이후 큰 화분으로 옮겨진 라벤더는 강한 비바람에 대부분 줄기가 기울어져 있지만 무탈하다. 지난 가을에 삽목을 한 팔손이는 겉으론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뿌리를 내리는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게 분명하다.

 

 

 

비파나무는 자연 발아가 잘 되는 편이다. 어린 나무 10여 그루를 캐서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튼실하다. 잘 키워서 수확한 열매를 로컬푸드에 들고 가서 기웃거려 볼까보다.

 

 

 

구기자 역시 삽목과 발아가 잘 된다. 지난해 삽목을 한 뒤 그 해에 열매를 맺었는데다, 그 열매 일부를 심었는데 싹들이 쏙쏙 올라오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머지않아 열매를 수확해 말려서 몸보신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겨울을 난 식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굳이 눈치 볼 필요가 없어 보인다. 환경에 민감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추위가 이들을 강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온실에서 키운 패랭이를 사다 심었는데 모두 죽었지만 씨앗을 사다 키운 패랭이들은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었음을 보았다. 바보야! 문제는 식물이 아니라 인간이라구~ㅠ^^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 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Lord By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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