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발길을 멈췄다. 홍가시 나무 새순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길을 걷는 기분은 어쩌면 유명 영화제의 시상식을 위해 깔아 놓은 레드카펫 위를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 생울타리로 심은 홍가시 나무의 유혹은 치명적이니까...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는 입구에도 홍가시나무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복(福)도 많아라!
홍가시나무 주변에 철쭉이나 굴거리나무 등 다른 식물과의 어우러짐은 그 품격을 더욱 높인다.
홍가시 새순이 올라오는 4월부터 도로 주변이나 관공서 울타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가치치기를 해서 정돈을 해야 나무가 지닌 가치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아는 게 병이라고 다시 소유하고픈 욕망이 꿈틀거린다. 타인의 정원에도 홍가시나무가 여섯 그루 있는데 가지치기를 한 뒤 삽목을 시도했다. 과수원 창고 옆 음지쪽 땅과 화분에 심었다. 꾸준히 관찰을 하는데 문제는 바람이다. 강풍이 몰아치면 가치가 흔들거리니 뿌리내리는 게 걸림돌이 된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틴 녀석은 붉은 싹을 내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마침내 잎을 세상에 드러내기도 한다.
잎이 나왔다고 성급히 옮겨 심으면 안 된다. 지난해 담팔수 나무를 삽목하면서 안심했다가 결국 폭망한 경험을 이미 했다. 뿌리가 잘 내려 홀로서기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느 詩에도 있잖은가?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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