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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식물의 사생활

씨앗-경이로운 땅속 여행

by 달의궁전 2020. 5. 24.

5월초 어느 날 매실나무 아래에서 20cm 정도 크기의 어린 나무를 발견했다. 잎의 형태를 보니 분명 자연발아해서 자라는 매실나무였다.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폈는데 더 이상 없었다. 그러다 며칠 후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비슷하게 생긴 어린 매실나무를 발견했다. 호미로 조심스레 캐고 나서 화들짝 놀랐다. 뿌리와 줄기에 붙은 씨가 함께 올라왔다. 딱딱한 씨껍질(종피)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이 어린 매실나무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씨앗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크고 납작한 모양은 살구 씨앗이고, 그보다 작으면서 동글동글한 건 매실 씨앗이다. 아마 강한 바람에 이끌려 흩어져 있는 듯하다. 그런데 아직 살구 씨앗이 자연 발아된 걸 발견하지는 못했다.

 

♣ 과수원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매실과 살구 씨앗들

 

 

이 일이 있고 난 후로 귤나무 아래에서는 - 특히 방풍림이 있거나 울타리쪽 그늘진 곳- 풀베기를 잠시 멈추고 탐색을 하게 되었다. 덩굴식물이나 낙엽을 걷어내자 아닌 게 아니라 어린 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었다. 어린 새싹에 대롱대롱 매달린 보리밥나무의 씨앗을 본 순간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5월 과수원 주변에서 한창 새잎과 꽃을 피우는 후박나무. 땅속에서 새 생명을 싹 틔우기 위한 모습이 존엄하다.

 

♣ 꽃을 피우고 새 잎을 피우던 후박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다.

 

 

녹나뭇과로 늘푸른 잎을 달고 있는 참식나무. 과수원 입구 그늘진 곳에 어린 나무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흙을 걷어내니 씨앗에서 올라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좀처럼 보기 힘든 야자수나무를 발견하는 행운도 얻었다. 캐고 보니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한 까만 씨앗은 뿌리를 내린 후 줄기를 뻗어 올렸으리라. 어린 나무들의 발견은 내게 커다란 의미가 있다. 삶의 동반자기 될, 소중한 반려식물이 되기 때문이다. Thank you for being with me!

 

 

 

그런데 씨앗 한 가운데에서 줄기와 뿌리가 갈라져나와 땅 위에 누워 있던 이 녀석은 누구일까?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잘 자라만다오!

 

 

 

그리고 한달 뒤. 위 씨앗의 정체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후박나무였음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