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는 소문대로 은은하면서 진했다. 지난해 나무시장에서 구입한 미스김라일락. 1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꽃과 마주했으니 기다린 보람이 크다. 잎들이 떨어져 가느다란 줄기만 덩그러니 드러날 때만 해도 그저 그랬으니 말이다. 3월에 접어들자 잎이 열리기 시작하며 마음도 덩달아 열렸다.
4월 들어 진한 보라색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줄기도 자라면서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분위기가 산만하다. 내친김에 분갈이를 시도했다. 미스김라일락을 화분에서 꺼내 흙을 털어보니 두 개가 심어져 있었다. 정들었던 1년을 뒤로 한 채 다른 화분에 각각 옮겨 심었다.
라일락 앞에 '미스김'이 달린 꽃이름이 흥미롭다.
한국의 군정기인 1947년에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국립공원내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미스김 라일락(Miss Kim Lilac,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는 품종을 만들었고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김의 성을 따서 붙였다. from 위키백과
4월 23일. 마침내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윽고 하나 둘 꽃이 피더니 머지않아 모든 꽃망울이 만개할 분위기다. 진한 보라색의 꽃망울에서 나온 꽃은 연한 보라색을 띠다가 하얀색으로 변해간다.
미스김라일락은 삽목이 쉬운 편이다. 지난해 가지치기를 하면서 세 개를 삽목 시도 했는데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올해도 분갈이를 하면서 추가로 세 개 더 삽목을 했다. 모두 여덟 식구가 되었으니 대가족을 이룬 셈이다. 오순도순 모여 있는 미스김라일락의 향기에 취할 어느 봄날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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