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작지왓에서 바라 본 백록담.
모처럼 기다리던 낭보가 날아들었다. 제주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한라산 진달래밭에 7.5㎝, 윗세오름은 4cm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어제 한때 입산통제까지 내려졌다. 눈(snow)에는 눈(eye)! 며칠 전 백록담에서 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어리목으로 항했다. 그런데 어리목 입구에 도착했는데도 눈은 없고 바닥은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 다행히 저 멀리 보이는 크고 작은 산에 눈이 쌓여 있다. 어리목 주차장에 이르자 눈과 얼어붙은 바닥이 뒤범벅이다.
어리목 탐방소를 지나자 눈길이 이어졌지만, 눈이 많이 쌓이진 않아 아이젠을 착용한 게 조금은 어색하다. 해발 1,200m를 넘어서자 나뭇가지 끝에는 겨울 눈꽃인 상고대가 피어 난 모습이 우아하다. 한적한 산길에 발자국 소리가 둔탁하게 울리는 가운데, 눈이 떨어지거나 계곡의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가볍게 들릴 뿐이다.
해발 1,400m에 위치한 사제비동산으로 들어서니 시야가 탁 트이고, 뒤를 돌아 북쪽을 바라보니 낮게 깔린 구름을 뚫고 오름 봉우리들이 불쑥 솟아 있다.
사제비동산에서 만세동산으로 가는 길목에 나무마다 서리가 내렸는데(나무서리),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마치 경연을 벌이는 듯하다.
만세동산을 지나 윗세오름에 도착하니 눈이 제대로 쌓여 눈밭이 여기 있다. 간식으로 초콜릿과 귤 하나를 먹은 뒤 남벽분기점으로 향했다. 예전처럼 그곳에 갔다가 다시 윗세오름으로 와서 영실 방향으로 내려갈 참이다.
윗세오름을 지나면 곧이어 장구목 능선과 백록담 서벽이 눈앞에 우뚝 솟아 있다. 남벽분기점으로 향하는길 오른편에는 봉우리가 방아 모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방애오름이 다소곳하게 서 있다.
다시 윗세오름으로 돌아오니 오후 1시가 넘어 출출하다. 사발면과 믹스커피로 요기를 하고 선작지왓으로 향했다.
도중에 족은오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잠시 감상하고,
다시 영실기암을 향해 잰걸음~. 날이 흐리고 구름이 낮게 깔려 오늘은 또 다른 그림들이 펼쳐졌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화무쌍한데다, 보는 이의 마음도 한결같지 않으니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늘 새롭다.
영실탐방 안내소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5km를 걸어서 영실매표소에 도착하였다. 버스정류소 옆으로 다가서니 날 반겨주는 이가 있었다. 나무판대기 위에 놓여 있는 눈사람이다! "며칠 전 백록담 정상에 다녀오고 다시 또 영실산행을 하느라 애썼다~"고 속삭이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자꾸 눈 쌓인 백록담 분화구가 보고 싶다. 어쩌지? 그런데 대설주의보로는 안 되고 폭설이 내린 뒤에나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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