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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한라산

녹담설경(鹿潭雪景)

by 달의궁전 2020. 1. 17.

 

 

 

다시 백록담 앞에 섰다. 12일 만이다. 이번에는 설경(雪景)을 만끽했다. 만설(滿雪)이라기엔 미흡하지만 내 눈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러고 보니 녹담만설(鹿潭晩雪)이 있다. 영주십경(瀛州十景) 가운데 하나인데, 백록담에 한겨울에 쌓인 눈이 늦봄까지 남아 있어 뛰어난 경승지로 여겼다.

 

 

 

눈 쌓인 한라산은 등산객들의 눈을 긴장시킨다. 색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먹구름이 끼어든 세상은 예측불허다. 이리저리 흘러다니며 변화를 부르는 탓이다. 백록담 정상을 향해 가는데 왼편엔 거대한 먹구름이 장막을 치고 있고, 오른편은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눈밭 배경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구름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하이얀 눈밭을 내리쬐고 있다. 이 보다 더 눈 부시는 일이 있을까.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얼음 반 눈 반'이다. 누군가 추억의 발자국도 남기고, 사랑의 하트도 눈 위에 그려놓았다.

 

 

 

하산은 관음사코스. 등산객들이 주로 성판악코스를 이용해서 그런지 관음사코스는 나무에도 길에도 눈이 더 풍성하다.

 

 

 

눈은 한겨울 숲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으로 인해 구부러짐과 기울어짐이 뚜렷이 드러나 나무들은 힘차고 활발하다.

 

 

 

삼각봉에서 개미등을 향해 내려오는데 붉은겨우살이가 많이 보였다. 참나무류나 팽나무류 등에 기생해서 자라는데 항암 등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자자한 식물이다. 채취도 불법이려니와 나무 꼭대기에 있어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한참을 뚫어지게 봤으니 약효가 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