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텃밭에 심은 글라디올러스. 형이 나눠 준 구근을 15개 정도 심었다. 매실나무를 빙 둘러싼 글라디올러스에는 이제 흰색과 보라색, 연분홍색 꽃들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다.
그 이전인 5월 중순, 글라디올러스 구근 가운데 70개를 큰형 정원에 심었다. 보름이 지나면서 싹이 올라오더니 6월 이후 부지런히 키를 불려나갔다. 7월에는 꽃대가 올라오며 하나 둘씩 꽃을 피울 태세여서 몹시 기대가 컸다. 허나 강한 비바람은 글라디올러스가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잎이 꺾이는가 하면 꽃대가 쓰러졌다. 한 무더기의 꽃이 어우러진 장관을 보는 건 희망사항으로 끝이 났다.
텃밭 말고도 5월 말쯤 베란다 화분에 심은 글라디올러스는 사정이 괜찮다. 화분에 심어진 글라디올러스 역시 비바람에 쓰러지곤 해서 아예 밑부분을 모두 연결해서 묶어버렸다. 그 중 하나는 꽃대가 올라왔는데 내 키만큼 훌쩍 자랐다. 무슨 색 꽃을 피울지 궁금증이 커간다.
형 정원의 글라디올러스는 왜 빌빌거렸을 가를 생각해보니 구근을 너무 얕게 심은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또 바람이 강하는 게 부는 곳이라면 울타리 쪽에 심어 기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어원이 라틴어의 '검(gladius)'에서 비롯됐다는 글라디올러스. 조만간 구근을 캐내서 내년 봄에 다시 한 번 새로운 시도를 할 요량이다. 그 때는 ‘검’과 같은 위상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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