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다 보니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 자란 식물보다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 그래서 씨앗을 뿌리기도 하고, 돌담에 나 뒹구는 덩굴식물을 잘라와 삽목을 하기도 한다. 형의 정원을 살펴보다 보면 갖가지 덩굴들이 나무 사이로 고개를 불쑥 내밀기도 하고, 자그마한 나무들이 쑥쑥 올라와 있다. 후피향나무도 그 중 하나다. 7~8월에 황백색 꽃을 피워낸다.
주황색 씨앗이 쉽게 벗겨져서일까. 커다란 나무 아래 어리고 가냘픈 후피향나무들이 여기저기 물끄러미 서 있다. 달걀 모양처럼 생긴 잎은 윤기가 흐르고, 잎자루는 붉은빛을 띤다. "후피향(厚皮香)이란 이름은 이색적이다. 중국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인데, 약재로 쓰이는 후박피 향기가 나는 나무란 뜻으로 ‘후박피향’이라고 부르다가 후피향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라며 <우리나무의 세계> 책에 쓰여 있다.
집에서 키워보고 싶어 후피향나무 하나를 캐서 왔다. 풍성하게 만들 요량으로 위로 뻗은 가지 3군데를 잘랐다. 보름 정도 지났을까. 맨 먼저 나무 아래 줄기에서 싹이 올라오는듯 싶더니, 잘린 가지 끝에서도 하나 둘씩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다. 내년 이맘 때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 10일 후. 후피향나무는 장대비와 태풍에도 아랑곳 않고 파릇파릇한 새 잎들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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