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퍼붓는 가운데 태풍 다나스가 올라오고 있어 쫓기듯 서울로 향했다. 옥외 베란다를 어느 정도 정리를 하였지만 올들어 가장 많은 비가 내린 터라 막상 집을 떠나 있으니 내심이 걱정이 앞섰다. 위안이라면 태풍치곤 바람이 그리 세지 않다는 것. 집안 일을 보고 서둘러 이튿날 밤늦게 집에 와서 불을 켜서 베란다를 내다보니 큰 피해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로 나가 보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져 있다. 부레옥잠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장대비를 뚫고 부레옥잠은 부지런히 꽃대를 올리고 있었나 보다. 참 대견하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텃밭으로 갔다. 쓰러진 글라디올러스를 일으켜 세우고 정리를 하고 나서 왔더니 어느새 꽃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불과 30분 정도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다.
부레옥잠은 번식 능력이 매우 빠르다. 잎자루가 둥그런 모양이 '부레'와 비슷해서, 옥잠화 계통의 의미로 '옥잠'이 합쳐져서 부레옥잠이라 불린다고 한다. 나무시장에서 두 개를 사왔는데 개체수가 벌써 열 개가 넘는다. 연(蓮)과 함께 살다가 비좁아 지금은 아예 독립해서 커다란 스치로폼 박스에 임시 모여 살고 있다.
베란다 정리를 끝내고 집안 청소를 끝낸 뒤 다시 나가보니 순식간에 연한 자주색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수질정화용 식물로 알려져 있는 부레옥잠이 이렇게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줄이야. 꽃은 하룻만에 졌다. 역시 속전속결이다. 일일천하인들 어떠랴, 이미 내 맘 속에 들어앉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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