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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한라산

맑은 하늘에 끌려 한라산行

by 달의궁전 2019. 5. 29.

 

그저께 몰아친 강한 비바람은 베란다를 흔들어 놓았다. 화분 3개가 쓰러지고 묶어둔 비닐이 날라다녔다. 정리를 하면서 마음 한켠에는 한라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과 10여일 전에 영실을 다녀왔지만 비 온 뒤 쾌청한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예상대로 아침에 창 밖을 보니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선명한 백록담이 유혹을 하고 있었다.  8시30분 버스를 타고 어리목에 내려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파란 화폭엔 그믐달과 구름들이 그려져 있었다

 

 

 

늘 변함없이 지켜선 한라산 표지석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 숨이 차다. 산은 산이다. 허나 숨을 맘껏 내쉴 수 있다는 게 어딘가! 탁 트인 사제비동산에 이르러서야 가쁜 숨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다.

 

 

 

사제비동산에 들어서면 윗세오름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빚어 낸 온갖 그림들을 감상할 시간이다.

 

 

 

만세동산에서 백록담 분화구를 중심으로 왼쪽에 장구목, 오른쪽에는 붉은오름과 누운오름이 어깨동무를 한 모습을 보니 절로 "만세" 소리가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지루할 틈조차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윗세오름 산장이 보인다. 길 위에 그냥 드러눕고 싶다.

 

 

 

윗세오름에서 간식으로 참외를 먹고 남벽분기점까지 가서 다시 윗세오름으로 돌아올 참이다. 남벽분기점에서 계속 내려가면 서귀포 방면인 돈내코로 내려간다.

 

윗세오름 출발 -남벽분기점 도착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구같이 좁아져 장구목이라 불리는데 널브러진 바위들을 보니마치 설치미술을 보는 듯하다. 자연이 빚어낸 예술이로다.

  

 

 

장구목을 지나면 속살을 드러낸 백록담의 수직절벽이 보인다. 남벽분기점 전망대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길은 아직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그 아쉬움을 수직절벽이 달래주고 있다.

 

 

 

남벽분기점까지 가는 길에 거센 바람이 쉴 새없이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하늘과 산, 바다는 평온하다. 내 마음 역시 그러하다.

 

 

 

남벽분기점에 다다르고 물 한잔 들이키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윗세오름으로 돌아가서 영실로 내려갈 참이다. 윗세오름에서 챙겨 온 사발면과 김치, 그리고 오징어채 조림과 밥으로 식사 및 휴식. 

 

 

 

윗세오름에서 선작지왓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족은오름에서 바라 본 풍경은 말로 드러낼 수 없다. 무념무상(無念無想)한 가운데 그저 바라만 볼 뿐.

 

 

 

 

녹음이 짙어가는 영실 계곡. 저멀리 보이는 볼레오름을 중심으로 수많은 오름들이 점점이 떠 있고, 병풍바위에서 바라 본 울창한 숲은 푸른 침대처럼 펼쳐져 있어 그 위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일게 했다. 자연이 내린 축복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영실탐방로 입구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매표소에 버스가 17분 후에 올 예정이다. 여기서 영실매표소까지 2.5km 거리다. 이제 좀 쉬나 했더니 빠른 걸음으로 숨이 차도록 걸어갔다. 결국 3분 늦어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1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난감하다. 마침 버스정류소 옆에 존자암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1km면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겠다 싶어 존자암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평탄한 길이었는데 점점 오르막이다. 그 오르막은 계속 이어져 숨이 가쁘다.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침내 아담한 일주문이 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당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삼배(三拜)를 올렸다. 오늘 이러저래 숨을 많이 헐떡거렸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해서 고맙다고 말이다.

 

 

 

 

 

 ▲ 5월 중순에는 영실로 올라가 어리목으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어리목 → 윗세오름 → 남벽분기점 →윗세오름 →영실탐방로 →영실매표소로 내려왔으니 시간이나 거리가 더 많아졌다.

 

- 오전 8시30분, 240번 버스 타고 어리목에 도착

 

- 9시50분 산행 시작 

- 11시30분 윗세오름 도착, 참외 간식

- 12시20분 남벽분기점 도착

- 오후 1시10분 윗세오름 도착. 20분간 식사 및 휴식

- 오후 3시05분 영실 탐방로 입구 도착

- 오후 3시26분 영실 매표소 도착. (일이 있어서 중문 쪽으로 가야하는데 버스는 3분 전에 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