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말이 화단에서는 종종 어긋난다. 멀리서 보면 밋밋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웃음을 줄 때가 흔하다. 물론 떼 지어 하얗게 핀 샤스타데이지나 가자니아는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희극을 선사한다. 또 귤나무 아래 다소곳이 핀 하얀 찔레꽃을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재간이 없다.
5월 화단의 속내는 복잡하다. 없는 듯 하면서도 있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자연발아한 식물들이 분위기 메이커로 급부상한다. 허브식물인 딜과 끈끈이 대나물이 여기저기서 쑥쑥 올라오는데, 노랑과 빨강의 만남은 자극적이다. 이들 주변에 서양톱풀(야로우)도 하얀 꽃을 피우며 뒤늦게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공작초를 비롯해 여러 식물들이 새싹을 한창 내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밟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뿐사뿐 걸어다니다 결국 남아도는 돌로 화단 안에 통행로를 만들었다.
개양비귀처럼 경계담 아래 자연발아한 경우도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 주변에도 어린 꽃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가장 반가운 건 붓꽃이다. 지난해 파종을 했는데 소식이 없어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시일이 꽤 흘렀는데 어느날 기다란 싹이 올라오길래 혹시나 하고 옮겨심었는데 꽃을 피운 것이다. 감개무량이로다.
라벤더가 기다란 꽃대를 마구 올리고 있는 가운데,
삽목한 세이지들은 이제 막 꽃을 피워올리고 있어 밋밋한 화단에 소소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블루세이지, 파인애플세이지, 핫립세이지가 그들이다.
금영화도 여기저기서 자연발아 하여 꽃을 피우는데, 한 녀석은 만데빌라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가자니아 옆 패랭이도 어느새 아기자기한 꽃들이 수북하게 피어 있다.
그러고 보니 붓꽃 못지 않게 반가운 녀석이 또 있다. 올리브나무가 드디어 처음으로 꽃망울을 대롱대롱 달고 있는 게 아닌가. 열매가 열리면 맛 볼 수 있는 거야? 그것보다는 심어서 식구를 늘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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