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나트륨이 부족한가 보다. 꽤 오래전부터 바다 내음이 그리웠으니 말이다. 바다라고 해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데도 일부러 찾진 않았다. 뜬금없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아침, 자재를 사러 영농센터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운 바다로 차머리를 돌렸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 도두봉 산책에 나섰다.
산책로에 접어들자 닭이 허둥대며 걷고 있다. 뉘 집 닭인지 몰라도 이 녀석도 모처럼 바닷바람 쐬러 나왔다가 집을 못 찾나 보다. 숨이 차기도 전에 다다른 정상에서 바람을 한껏 들이마시니 한결 개운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도두봉 인근 해변으로 내려갔다. 바다의 짠내가 달다. 돌이켜보니 바다 내음이 이렇게 달짝지근한 적이 없는 듯하다. 몸에 짠 기운을 충전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순비기나무가 바위를 감싸안은 채 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해안가에서 자라는 이 나무는 따뜻한 지역에서는 상록수, 추운 지역에서는 낙엽수로 겨울을 난다고 한다. 잎과 가지는 향료로 쓰이고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는데, 나무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다.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기 소리’라고 한다. 순비기라는 나무 이름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순비기나무는 해녀들의 만성두통 치료제로 애용되었고, 또 그녀들의 숨비소리까지 들어주는 나무로 더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from <박상진-우리 나무의 세계>
바다에 오면 골칫거리가 맥을 못 추는 게 혹시 짠물과 함께한 순비기나무 덕분 아닐는지....
'식물의 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수국 앞에서 (0) | 2021.06.20 |
---|---|
어쩌다 마주친 때죽나무 (0) | 2021.05.23 |
파종 실패? ‘플랜 B’ 있었네! (0) | 2021.05.09 |
홍가시 새잎이 펼친 레드카펫 (0) | 2021.04.23 |
식물 눈치보기 (0) | 20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