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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식물의 사생활

산수국 앞에서

by 달의궁전 2021. 6. 20.

수국(水菊)의 계절이다. 올해는 산수국과 여유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한라생태숲에서 반려식물 네가지 종을 나눔했는데, 산수국이 그 중 하나다.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하고 바라보니, 2년생 치고는 늘씬하다. 보름 정도 지나자, 가지 끝 가운데를 중심으로 꽃망울(양성화)들이 올망졸망 맺히기 시작하고, 그 가장자리에는 헛꽃(암술과 수술이 없는 무성화)이 피기 시작했다.

 

 

 

산수국하면 수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산수국은 진짜 꽃(유성화)과 가짜 꽃인 헛꽃이 있는 반면에 수국은 헛꽃만 핀다. 원예종인 수국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헛꽃은 곤충을 불러들이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기에 꽃이 커서 눈에 띠는 반면에, 산수국의 양성화는 꽃들이 모여 있지만 자그만 해서 방심하면 그 존재감을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 타인의 정원에서 자라는 수국

 

 

시간이 지나면서 산수국에 피어나는 헛꽃들은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헛꽃은 주로 하얗거나 연노랑, 연분홍을 띠고 양성화는 파랗거나 연보라 색으로 피어난다. 산수국이나 수국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꽃의 색이 변한다고 한다. 산성이면 푸른 꽃을, 염기성이면 붉은 꽃을, 중성에서는 하얀 꽃을 피운다는데, 품종에 따라 색이 다르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산수국의 헛꽃 한가운데에서 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양성화에만 피는 꽃이 헛꽃에도 꽃이 올라온 것이다. 양성화에 꽃이 피고 난 후 헛꽃에도 꽃이 피는 게 바로 '탐라산수국'이다. 

 

 

 

산수국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꽃말인 변하기 쉬운 마음때문이다. 꽃의 색이 다양하고 변하는 특성 때문으로 추측되지만, 내겐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인연 따라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 그래서 마음은 변덕스럽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 그렇다. 이를 직시하면 아무 일 없다. 아무 일 없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않는가! 

 

♧ 중산간일대 한적한 산길에서 마주한 산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