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하는 일은 모두 새롭다. 초보라서 그렇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탓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나마 일을 하면서 약간의 진전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좋게 생각하면 이게 사는 재미 아닐까. 올해도 꽃씨 파종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2월말 꽃씨 15종을 주문하고 상토도 준비했다. 3월초 기온이 10도 안팎을 오고가는 지라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대게 씨앗의 발아온도는 20도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급함이 자꾸 씨앗을 뿌려보라고 보챈다. 고민을 거듭하다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자그마한 비닐하우스를 완성하였다.
3월 8일. 최고기온 15도, 최저기온 9도로 예보했다. 루드베키아 등 꽃씨 6종을 꺼내들었다. 상토를 깔고 물을 흠뻑 준 다음, 씨앗을 뿌려 다시 얇게 상토를 덮은 뒤 분무기로 물을 주었다. 그리곤 준비된 나만의 비닐하우스 안에 입주시켰다.
씨앗이 잘 발아되려면 적절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전에 와서 비닐하우스를 걷어내 잠시 환기를 시켜주는 등 날마다 과수원으로 출근하여 들여다보았다. 파종한 지 10일이 지나도 아무 기별이 없더니 보름이 지나자 접시꽃이 가장 먼저 싹을 내밀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 믿음직스러운 풍채를 보여주고 있다. 접시꽃은 씨앗을 심은 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번식 하고 이듬해 줄기를 키우면서 꽃을 피운다고 한다.
다음날, 루드베키아도 여린 싹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눈에 띄게 자라고 있다. 그런데 에키네시아는 딱 한 개만 싹이 올라와 있다. 중간에 형님 연수원에 할 일이 있어서 물을 주지 않았더니 이 놈이 삐쳤는지 영 신통치 않다. 아니면 달걀 용기에 씨앗을 심어서 화가 났나?
금영화(캘리포니아 양귀비)도 가는 싹들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좀 길게 자란 건 가위로 잘라 주고 있다. 개양귀비도 금영화의 뒤를 이어 싹이 트고 있다. 그런데 타레붓꽃은 감감무소식이다. 추측컨대 분무기로 물을 주다 한번은 작은 조리개로 물을 주었는데 흙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씨앗이 자리를 못 잡은 게 아닌가 한다. 초보 딱지는 언제쯤 벗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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