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는다. 어쩌면 의무감 같은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집 밖을 나서면 늘 거기가 거기다. 뜻이 통했는지 일요일 낮에 막내와 함께 큰형 연수원에 가서 오랜만에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도착해서 보니 기대했던 대로 유리옵스와 털머위가 노란 꽃을 피워 화사함을 뽐내고 있고, 핫립세이지의 붉은 입술도 여전하다. 이 꽃들이 있어 낙엽 지는 늦가을은 푸근하다.
▶ 유리옵스와 핫립세이지
마당 잔디에는 내가 방심한 틈을 비집고 풀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 늘 그렇듯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쭈그리고 앉아 풀뿌리까지 뽑으며 돌아다니던 차에 화단 쪽에 못 보던 색깔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서니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올 여름에 형의 부름을 받고 오일장 근처에 있는 꽃집에서 허브 몇 종을 사다 심었는데 꽃이 핀 것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순식간에 허브 꽃에 꽂히고 말았다.
파인애플세이지는 긴 부리 모양의 빨간 꽃이 줄기에 달려 있는데, 바로 옆 유리옵스의 노란 꽃과 어우러져 강렬한 원색의 대비가 두드러졌다.
또 그 옆에는 멕시칸(부시)세이지와 타라곤이 보라색과 노란색의 조화를 이루며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특히 보라색 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우러러보는 마음이 생긴다. 모처럼 허브 향과 색에 끌려다닌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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