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오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후들어 제주만 뿌옇다. 그럼에도 중늙은이가 봄바람이 났는지 베란다를 들락날락거린다. 새잎이 돋아나는지, 꽃대가 올라오는지, 물을 줘야하는 건 아닌지 참 궁금한 것도 많다. 사실 베란다가 좀 복잡해졌다. 나무시장에 구경하러 가면 그냥 오질 못해 뭔가 하나를 사고 온다. 최근에 남천, 와송, 테이블야자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지인 연수원에 갔다가 다육 2개를 챙겨 와서, 키우고 있던 용월과 새로 구입한 와송을 한지붕 아래 모아 놓았다.
자주색달개비도 연수원 인근 길가에 여기저기 자라고 있어 몇 개 챙겨왔는데, 작년에 꽃핀 모습이 아직도 마음 속에 뚜렷히 남아 있다. 요녀석은 일단 장미와 한 방을 쓰게 했다.
남천은 나무시장에서 3,500냥 주고 사왔는데 정성껏 보살펴 붉은 열매도 잘 달리면 좋겠다. 팔손이는 삽목을 했는데 어떻게 자랄지 궁금하다.
맨 처음 구입한 식물들은 각자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다. 아래 꽃이 주황색인 녀석은 지난주 나무시장에 갔다가 눈에 밣혀 충동구입한 베들레헴 별(오소니갈룸)이다.
무스카리는 꽃대가 5개가 늘어 10개로 풍성해 졌고,
벤쿠버제라늄은 꽃이 시들어 꽃대를 잘랐는데, 새 잎이 부지런히 돋아나며 작지만 울창하다.
눈꽃(이베리스)도 부지런 떨며 꽃잎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활짝 핀 하얀꽃들은 순수함 그 자체다.
홍콩야자와 빨간 열매를 매단 채 조용하던 자금우도 새 잎이 돋아나고 있고, 2,500냥 주고 영입한 테이블야자도 잘 키워 포기나누기를 하면 재미있을 듯싶다.
그런데 다육식물인 칼랑코에가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 풍성하게 자라 화분이 비좁은듯 해서 포기를 나누려다 그만 꽃대를 자르고 말았다. 마음이 아프지만 결국 10개의 이산가족을 만들고 말았다.
집 주변에 널려 있는 덩굴식물도 가져다가 실험 중이다. 사위질빵, 인동덩굴, 뱀딸기를 심어 관찰 중이다.
또 길가에 흙투성이 상태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 털머위가 안쓰러워 데려다 심었다. 물을 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었더니 오그라들었던 작은 잎이 활짝 펴졌다.
베란다에선 잎이 지고 돋아나고 꽃이 피고 지고 날마다 분주히 새롭다. 베란다의 봄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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