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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解憂所

겨울, 깊어가는데 가벼운

by 달의궁전 2022. 1. 8.

겨울치곤 가볍다. 추위와 초봄 기운이뒤섞인 느낌이다. 밖으로 나서야 할 듯 싶다. 떠오르는 게 한라산과 '타인의 정원'이다. 바로 한라산을 가기엔 무겁다. 아무래도 타인의 정원이 가볍다. 그런데 가봐야 한겨울 별다른 일이 없다. 가는 길에 가볍게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먼발치서 바라보니 여느 오름과 달리 벌거벗은 모양새다. 새별오름을 뒤덮은 억새들이 누렇게 변해 있다.

 

 

 

등산길은 오름 왼편으로 나 있다. 중간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잠시 숨을 헐떡이게 하지만, 주변 풍경을 맛보는 상쾌함에 비할 바 못 된다. 

 

 

 

오름정상 부근에 다다르니 팥배나무가 반갑게 맞이한다. 여태 붉은 열매가 매달려 있는가 하면, 갈색으로 변한 잎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나불거리고 있다.

 

 

 

저멀리 오른쪽으로는 눈쌓인 한라산이 수많은 오름을 좌우로 거느린 채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고, 왼쪽으로는 이달봉과 이달이촛대봉이 다정스럽게 누워있다.

 

 

 

새별오름을 오르면 특이한 풍경이 하나가 늘 마음을 사로잡는데 다름 아닌 공동묘지이다. 수많은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아늑하고 포근하다. 왜 있잖은가. 망자의 표정은 누구나 한없이 평온하다. 찌그러짐이 티끝 만큼도 없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기에 차별이 없다. 저 무덤들이 우리 본래 모습을 감싸고 있으니 평온함과 통한다.

 

 

 

타인의 정원에 도착하니 별로 할 일이 없다. 빛바란 야자수 줄기 잘라내고, 로즈마리 줄기들이 펑 퍼져 있어 묶어주고, 잔디에 올라 온 토끼풀을 없애니 한가하다. 그런데 황금측백이 많이 자라서 3개는 화분에 옮겨 심어놓았는데 가뭄 탓인지 말라가고 있다. 화분 식물은 정말이지 관심이 필요하다. 그나마 활짝 피어나는 애기동백이 있어 위로가 된다.

 

 

 

동백나무는 꽤 민감한 편이다. 3년 전에 울타리용으로 제법 큰 동백나무 2개를 사다 심었는데, 그 첫해에는 마치 죽은 듯이 서 있었다. 2년째 되더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해 무사히 살아있음을 보여 주었다. 올해에는 꽃봉오리가 무척 많이 달려 있어 화사한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시간이 남아 여유롭게 무료영화 한편을 보았는데 그래도 여유가 있다. 타인의 정원에서 오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군산오름과 산방산 일부분이 겹친 상태로 서 있다. 내친김에 군산오름으로 가보자. 군산오름은 일몰 감상하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사실 주차장이 오름 정상 가까이 있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다만 도로가 비좁아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라산은 여기서도 손짓을 한다. 한라산이 없다면 제주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제주는 한라산이다.

 

 

 

군산오름 정상에서 왼쪽에 형제섬이 자그맣게 보이고 가운데 송악산 해변이, 오른편에 산방산이 우뚝 서 있다.

 

 

 

일몰이라 특별한 건 없다. 그냥 바라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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