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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ON to MOON
解憂所

금요일 오후, 자유시간

by 달의궁전 2020. 10. 16.

오후 1. 과수원을 나선 것은 비가 온 때문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금요일 오후만이 가능하다. 택배를 보내고 돌아오니 오전 10시쯤. 미뤘던 일 중 하나가 파종을 해서 새싹이 올라온 꽃무를 미니 화분에 옮기는 일이었다.

 

 

 

과수원을 나서기 전에 창고를 정리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식물순찰을 돌았다. 무늬 아이비는 3개월 만에 사랑을 완성하고 있다.

 

 

 

백일홍 옆에 있는 소국과 과꽃은 작지만 강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란타나는 여태 알록달록한 꽃을 달고 있지만, 일부는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다.

 

 

 

작은 화단에 심은 공착초는 어느새 화려한 꽃을 피우며 이름값을 하고 있고, 털머위도 노란색 꽃을 하나둘 피워올리고 있다.

 

 

 

장미는 가을꽃을 피우고 지더니 다시 새롭게 꽃을 선보이고 있다. 과수원에 품격을 더해주는 듯해 그저 고맙기만 하다.

 

 

 

패랭이는 잊을만하면 꽃을 피워 올려 언제까지 존재감을 과시할지 궁금하다.

 

 

 

꽃들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저마다 소리 없이 우렁차게 자라고 있다. 겨울에 하얀 꽃이 피는 팔손이. 지난해 3월 걸음마 수준에서 어른스럽게 자란 모습을 볼 때마다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줄기가 세 개로 뻗어 오른 천선과 나무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급기야 열매를 매달았다.

 

 

 

흰동백 여린 줄기의 곡선미는 마치 분재를 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우아하다.

 

 

 

구기자 열매는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어린 비파나무는 화분에 옮겨진 후에도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그 외에도 보리밥나무, 돈나무, 호랑가시나무, 야자수, 팽나무, 참식나무, 매실나무, 상동나무 등 과수원 구석에서  조용히 꿋꿋하게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다. 꽃과 나무의 변신을 보면서 삶의 지루함은 시들어간다. 농부란 타이틀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난 운이 좋은 농부다.

 

♣ 보리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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