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풍경이었다. ‘타인의 정원’ 길가 화단은 어느새 샤스타데이지의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송엽국과 꽃무는 샤스타데이지 틈바구니서 서로 의지하며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허나 방심은 금물! 길가 화단에 자연발아한 공작초와 코스모스가 서서히 기지개를 피고 있는데,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게다가 화단 좌우로 접시꽃 꽃망울도 부풀어 오르고 있어 머지않아 진풍경이 펼쳐질 게 불 보듯 뻔하다.
4월 막바지, 풀과의 씨름은 잠시 접어두고 꽃 감상을 누릴 수 있는 시기다. 담벼락에 매달려 있는 용월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멋스러움 그 자체다.
새잎을 돋아내는 소철 앞에 서 있노라니 말로 표현한다는 게 그저 군더더기일 뿐이다.
지난해 심은 천인국들 가운데 루드베키아는 그 해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숙근천인국은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나 밖에 없는 에키네시아도 올해 얼굴을 들어낼 지 사뭇 궁금하다.
프렌치 라벤더는 어느새 보랏빛 토끼귀를 들어올리며 정원 안 화단 분위기를 주도 하고 있다.
백정화도 하얀 꽃을 앙증맞게 드러내기 시작하고
가자니아는 변함없이 씩씩하다.
흑장미를 비롯해 장미들도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과수원에서 가져와 심은 장미의 꽃봉오리는 마구마구 달려 있어 내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문제는 2번째 덩굴시렁에서 터졌다. 지난해 사다 심은 시계추가 말라 죽은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그 자리에 과수원에서 키운 으름덩굴을 심었다. 다행히 맞은편 클레마티스가 꽃도 피고 덩굴줄기가 왕성하게 자라주어 내년에는 볼만한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소나무 아래에는 꽃무가 자그마한 군락을 이루며 노랗게 물들이고 있어 봄의 한가운데 있음이 실감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소나무 줄기 꼭대기에 암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런데 불현듯 근심이 생긴다. 지난해 소나무 세 그루 전정을 했는데 꼬박 이틀이나 걸렸다. 주인장 눈치만 보는 중인데 올해는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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