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笑
우스워라 내 인생 머리도 희기 전에
험한 태행산길 수레를 몰아가네.
천권의 책을 읽어 대궐에 들었으나
집 한 칸을 마련하여 푸른 산골에 머문다네.
그림자 형체 어울려 해변으로 내려오고
이름 따라 생긴 비방 온 세상에 가득찼네.
비를 만나 누각 위에 베개 높이 누웠으니
사시마조 말직이라 종일토록 한가롭네.
自笑吾生鬢未班 자소오생빈미반 太行車轍苦間關 태행거철고간관
破書千卷入金闕 파서천권입금궐 買宅一區留碧山 매댁일구유벽산
形與影隣來海上 형여영인래해상 謗隨名至滿人間 방수명지만인간
小樓値雨成高臥 소루치우성고와 似是馬曹終日閑 사시마조종일한
★ 自笑(자소) 스스로를 비웃다
★ 사시마조 ; 지위가 아주 낮은 벼슬인 미관말직
自笑 - 진창에 갇힌 물고기
취한 듯 술 깬 듯 반평생을 보내니
간 곳마다 이 몸의 이름만 넘쳐난다.
온 땅 가득 진창인데 갈기 늦게 요동치고,
하늘 온통 그물인데 날개 마구 펼친 듯해
제산齊山에 지는 해를 뉘 묶어 잡아맬까
초수楚水에 바람 치니 마음대로 갈 수 있나.
형제라도 운명이 다 같지는 않은 법
우활하여 물정 모름 혼자서 비웃누나.
如醉如醒度半生 여취여성도반생 到頭贏得此身名 도두영득차신명
尼沙滿地掉鬐晩 니사만지도기만 網罟彌天舒翼輕 망고미천서익경
落日齊山誰繫住 낙일제산수계주 衝風楚水可橫行 충풍초수가횡행
同胞未畢皆同命 동포미필개동명 自笑迂儒闇世情 자소우유암세정
★ 초수楚水에 바람 치니 마음대로 갈 수 있나 ; 유배 되어 마음대로 은거할 수도 없는 상황을 의미
自笑 - 뱀 비늘과 매미 날개
초초한 옷차림이 결국 너를 속여서
십 년을 내달려도 피곤함뿐이로다.
만물 모두 안다면서 어리석어 답 못 하고
일천 사람 이름 알아 비방이 따라오네.
미인이 박명하단 말 그대는 못 보았나
눈 흘기는 자는 가까운 이들한테 있다네.
뱀 비늘과 매미 날개 끝내 어이 믿겠는가
우습구나 내 인생 간데없는 바보로다.
草草冠裳是汝欺 초초관상시여기 十年驅策秪奔疲 십년구책지분피
智周萬物愚無對 지주만물우무대 名動千人謗已隨 명동천인방이수
不見紅顔多薄命 불견홍안다박명 由來白眼在親知 유래백안재친지
蛇鱗蜩翼終何待 사린조익종하대 自笑吾生到底癡 자소오생도저치
★ 뱀 비늘과 매미 날개 ; 나약하여 부서지기 쉬운 것, 껍데기
自笑 - 고꾸라진 용
뜬 세상에 사귈 벗이 몇이나 되겠는가
시정 사람 잘못 알아 참된 이로 여겼다네.
국화 그림자 아래선 시명詩名이 높았었고
단풍나무 단 위에선 연회가 잦았었지
천리마가 내달을 땐 꼬리 붙은 파리도 좋게 뵈어도
고꾸라진 용은 개미가 역린 침범해도 당할 수밖에
어지러운 사물 모습 혼자서 웃고 마니
동화東華에 내맡기매 먼지만 자욱하다.
浮世論交問幾人 부세논교문기인 枉將朝市作情眞 왕장조시작정진
菊花影下詩名重 국화영하시명중 楓樹壇中讌會頻 풍수단중연회빈
驥展好看蠅附尾 기전호간승부미 龍顚不禁蟻侵鱗 용전불금의침인
粉綸物態成孤笑 분륜물태성고소 一任東華暗軟塵 일임동화암연진
★ 동화東華 ; 티끌세상
獨笑 <혼자서 웃다>
양식이 있어도 먹을 사람 없기도 하고
아들이 많으면 주릴까 근심하네
높은 벼슬한 사람은 반드시 어리석고
재주 있는 사람은 그 재주 펼 데 없네
한집에 완전한 복 드문 법이고
지극한 도道 언제나 무너져버리네
애비가 검소하면 자식이 방탕하고
아내가 영리하면 남편이 어리석고
달이 차면 구름을 자주 만나며
꽃이 피면 바람에 불어 날리네
모든 사물의 이치가 이와 같은데
혼자서 웃는 걸 아는 사람 없다네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至道常陵遲 지도상릉지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婦慧郎必癡 부혜즉필치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한밤중에 잠 깨어 <정민 역> / 다산 시선 <송재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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