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호뜨락
담쟁이의 행위예술
달의궁전
2023. 6. 15. 21:03
담쟁이는 주변에 흔하다. 땅바닥을 기다가 귤나무를, 돌담을 타오른다. 뜨락의 창고 양쪽 벽에도 초여름 담쟁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창고 오른쪽 벽을 화폭 삼아 펼쳐지는 담쟁이의 퍼포먼스는 시선을 유혹한다. 진녹색에서 연녹색으로 이어지는 색채 변환은 그라데이션(gradation)을 떠올린다.
흔한 담쟁이에게 흔치 않는 모습을 엿보는 건, 담벼락에 나홀로 피어난 공착초를 발견하는 기쁨과 흡사하다. 가까이 다가서서 속살을 들여다 보니 짙푸른 잎들 사이로 꽃망울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 살피다 마침내 피어있는 꽃을 발견!
창고 오른쪽 벽을 타는 담쟁이가 강인한 남성적 분위기라면, 왼쪽 벽 담쟁이는 섬세한 여성스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잎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잎 색깔들도 연하다.
게다가 일부는 마치 단풍이 든 풍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다.
혹시 모르겠다. 창고 양쪽 담쟁이가 벽을 타고 지붕에 올라 서로 만나는 날이 올지도... 어쩌면 그날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이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