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호뜨락

연꽃, 언젠가는

달의궁전 2022. 9. 12. 18:35

지난해 여름, 무성하게 자란 연잎은 연못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애써 기다리던 연꽃과의 만남은 허락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꽃들은 마음을 비웠을 때 슬그머니 늘 채워주곤 했다. 사는 게 그렇다. 그런데 겨울을 보내며 연못이 말라버렸다.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잊고 지내다가 가림막에 쓰던 얇은 비닐을 얻어 연못 바닥에 깔았다. 물을 채우고 나서 보니 며칠 못 가 바닥이 드러났다. '어떻게든 되겠지'는 안 되었다. 결국 방수포를 구입하였다. 더운 핑계, 노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등 떠밀리듯 연못 바닥을 새단장 했다. 언제가 연꽃과 극적인 상봉이 어떻게든 되겠지...

 



여름을 여름답게 보낸 덕분에 오는 가을이 참신하다. 부추꽃에 나비가 날아들고, 꽃대를 자른 피나타라벤더는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돌담 위에는 가자니아공작초 꽃들이 펑퍼짐하게 피어 있는데, 붉은 꽃봉오리들이 시선을 자극한다. 아~ 꽃무릇이 필 시기로구나!

 



지난해 꽃무릇 구근을 챙겼는데 어디 심었는지 기억이 없다. 주변을 보니 소철 바로 옆에 꽃무릇 하나가 활짝 피어 있다.

 



애벌레 2차 습격을 받은 으아리는 잎들이 상처투성이지만 꽃망울을 꿋꿋하게 달고 있다. 창고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작품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늦가을 단풍 축제가 펼쳐질지 사뭇 설레인다.

 



뜨락의 명당으로 자리잡은 비파나무 아래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어린 감나무 묘목이 또 올라오고, 낯선 붉은말뚝버섯이 자라고 있다. 감나무는 이제 네 개로 늘어났다.

 



더위가 한풀 꺾였으니 챙겨놓은 열매와 씨앗을 꺼낸다. 아가판서스, 박태기나무, 무궁화 그리고 지금 한창 익어가는 정금나무 열매들이다. 그러고보니 아그배나무 열매도 익어가고 있을텐데 서둘러야지...